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좋은 단시조 몇 편 좋은 단시조 몇 편 할머니 유모차/공화순 중심이 빠져나가 ㄱ자로 굽은 몸 해 묵은 기침으로 밤새 시달리다가 하르르, 꽃 지는 길목에서 봄날을 끌고 간다 인생의 주소/문무학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에 있던 것을…… 살고 싶어요/윤정란 감자를 캐는데 개미가 쏟아졌다 분노한 철거민들 광장에 몰려들 듯 집 잃은 작은 목숨이 떼지어 달려든다 선운사 꽃무릇/송명호 무슨 일이다냐 이런 불난리 처음 봤다 선운사 다 타겄네 소방차 불렀는디 끄라는 불은 안 끄고 구경만 하고 있네 이사가는 이유/서관호 달팽이 이사 가네 그 동넨 가물었나? 개미가 이사 가네 그 동엔 홍수 났나? 아니래 땅값이 비싸 싼 동네로 간다네 새들이 써놓은 글씨/김성수 .. 2023. 9. 21. 부끄러움/윤효 부끄러움/윤효 치통에 시달리시던 팔순 노모 앞니 두 개 마저 뽑으셨을 때보다 여고생 딸년 점심 도시락 먹다가 젓가락 깨물어 앞니 끄트머리 살짝 떨어져나갔을 때에 제 마음 더욱 오지게 쓰리고 아팠습니다 2023. 9. 17. 신과 함께/반칠환 신과 함께/반칠환 산과 들, 나무와 풀, 곰과 연어... 아이누족들은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신이라 불렀다. 그들 은 평생 신과 함께 살다 갔다.산도 들도, 나무도 풀도, 곰도 연어도... 나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걸 팔고 사는 법을 배웠다. 나는 평생 물건들과 함께 살다 갈 것이다 2023.가을호 2023. 9. 13. 라디오/박완호 라디오/박완호 노인은 고장 난 라디오처럼 자꾸 지지직거렸다. 탈골된 뼈들끼리 부딪히는 둔탁한 파열음이 간간이 새어나오는 낡은 스피커. 녹슨 목울대가 가끔씩 소리를 놓치기라도 할 때면 벽에 걸린 풍경화는 턱, 턱, 검은 침묵 속으로 잠겨들곤 했다. 구름도 울고 넘는 산 아래 그 옛날 살던 고향이 있던* 곳을 지나칠 때마다 안개 속을 헤매는 노인의 발음은 툭하면 받침을 놓치곤 했다. 조그만 리어카에 매달려 가는 좁은 보폭에 가로막힌 노랫가락을 차도 쪽에서 다가온 불협화음이 한입에 삼켜버렸다. 라디오에서는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기택의 노래에서. 2023. 7. 18.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