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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봄날은 간다 / 김남규

by 광적 2008. 7. 6.

봄날은 간다 / 김남규

 

세차게 새벽바람 그들을 휘저을 때

차가운 빗방울이 몸 훑어 흘러내릴 때

숲 그늘, 그 언어의 떨림 들어본 적 있는가

 

울창한 그림자는 득음의 불립문자(不立文字)

비탈진 비바람 속 아침을 일으키는

생생한 연초록 울림 어둔 귀를 밝히고

 

때로는 촘촘한 빗소리에 숨어서

가끔은 저 땅바닥 뿌리와 뒤엉켜

봄밤에 겨드랑이사이 별 하나 밀어올려

 

지상의 붉은 상처 나이테로 새기면서

온 산을 경건한 신전으로 물들이는

빛보다 팽팽한 울음, 들어본 적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