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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

남자와 여자 / 이지엽

by 광적 2008. 7. 6.
  남자와 여자 / 이지엽

남자는 가슴에다 山 하나 세우고 살지
소리내어 울지 않는 것은
바위 같은 자존 때문
아픔이 절벽이어도 폭포처럼 내리 꽃히지

문 걸고 묵묵무답 위엄을 곧잘 위장해도
새가 되는 푸른 메아리
철없이 날기도 하지
浮石의 절 한 채 짓고 햇살 찧는
물빛 산빛

여자는 가슴에 강물 하나 흐르게 하지
남모르게 눈물 흘리는 건
모래알 같은 사랑 때문
앞섶에 물 주름진 삶 잔잔하게 흘려보내지
가벼운 입, 얇은 귀 유혹에 위태로워도
안개비 속 휘는 갈대.
물 위에 길을 내지
속울음 잎 진 자리에 불어 앉히는
달빛 별빛


이지엽 시집 <북으로 가는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