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詩54 폭설 열차/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9. 2. 25. 봄의 완행열차 봄의 완행열차 / 김춘기 겨울 기차의 마지막 칸 꽃샘이 철길을 따라 앞산 허리를 돌아간 자리 어머니 약손 같은 햇살이 두루마리를 펴며 개울 건너 들판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키 작은 바람이 낮은 포복으로 맨땅을 자분자분 토닥이면 서릿발의 기지였던 아버지의 텃밭이 말랑말랑해지고 .. 2009. 2. 3. 아버지의 공양 아버지의 공양 / 김춘기 도둑눈이 밤새 내린 섣달그믐날 아버지와 함께 동네 목욕탕에 들어선다 털신을 신발장에 넣고 겨울옷을 하나씩 벗는 아버지 어깨에 쇄골이 솟아 있다 내 어릴 적 수작골, 자작골의 다랑논을 쟁기로 갈아엎던 근육질 허벅지가 정강이처럼 말라붙었다 온탕에 몸을 .. 2009. 1. 7. 나팔꽃의 궁금증 나팔꽃의 궁금증 김춘기 K중학교 울타리에 가출 여학생 닮은 나팔꽃이 핀다 언니 루주 바른 붉은 꽃 입술들, 목 빼고 밖을 본다 그 곁 선잠 깬 나팔꽃, 목젖이 보이도록 하품이다 길 바쁜 바람이 지나가자 나팔이 여기저기 떨어진다 나팔을 놓친 가시내들 담 밑에 앉아 나팔소리를 줍는다 곁을 지나가던 사내아이들 가던 길을 멈춘다 교문 밖 간판 없는 문방구, 구멍가게가 슬레이트 지붕 블록 담집에 어깨를 기대고 우두커니 서있다 붉은 입술 말괄량이 민지 담임선생님 조회도 시작하기 전 교실 밖으로 바람이 되어 뛰어나간다 새내기 처녀 선생님 입술이 나팔꽃보다 붉게 피는 아침 눈 맑은 아이들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한다 나팔꽃이 박태기나무를 타고 올라가 밖을 보고 있다 K중ㅎ.ㄱ교 울담에 가출 여ㅎ.ㄱ생 닮은 나팔꼿이 핀다 .. 2008. 9. 2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