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詩54 사월은 선거유세 중 사월은 선거유세 중 / 김춘기 강변 메타세쿼이아 온몸 부풀리는 날 아파트 앞 생강나무 이마에 붙인 꽃잎들, 바람에 날리네. 산정공원 팔각정 아래 명자나무 붉은 피켓 올리고 내리고, 강변 따라 보리밭 초록 현수막 사선으로 줄줄이 어깨 들썩, 황사 비껴간 하늘도 질세라 비행운 띄우며 파도처럼 출렁출렁 존경하는 신도시 주민 여러분! 애향심으로 똘똘 뭉친 여러분! 우리 당 후보가 당선만 되면 여러분 화병火病 죄다 고쳐드리겠습니다. 겨울에도 아파트에 꽃 만개하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계절마다 무지개 마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가을 과실나무엔 주렁주렁 열매 달아놓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서울로 이사한다면 집값을 무릎 아래까지 확 내려드릴 것, 약속합니다. 우리는 세상이 두 쪽 나도 이슬과 양심만 마시는 정의 100% 정당.. 2008. 5. 20. 일산에 내리는 눈 일산에 내리는 눈/김춘기 일산의 눈발은 날 잡아 내린다 롯데백화점 특별 바겐세일 사람들 북적이는 날이거나 아람누리 뮤지컬공연 매진 날이거나 우리 아파트 목련이 봄을 기다리느라 가지 쭉 펴는 날 내린다 일산의 눈발은 따뜻하게 내린다 호수공원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하는 사람들.. 2008. 5. 20. 목련꽃 편지 목련꽃 편지 / 김춘기 금강의 누치 떼 물수제비뜨는 봄날 그녀와 손 붙들고 *공산성에 올랐었지 우금고개, 곰나루의 바람도 데리고서 물빛 그 바람에 얼굴 씻고 마음도 씻으며 속닥속닥 스무 살을 서로 주고 받았지 오월처럼 풋풋한, 샘물보다 더 맑은 연잎 크기 그 사랑을 넘실넘실 세월.. 2008. 4. 5. 삼현(三峴) 아라리 *삼현(三峴) 아라리/김춘기 승냥이를 키우던 노고산 곁 국사봉 위 신갈나무 너도밤나무 봄날 꿀비에 온몸을 씻으면 앞 개울은 구불구불 몸을 휘저으며 임진강으로 달렸지. 모내기 전날 마을 앞 큰 논배미엔 누렁소 풍경소리가 쟁기날에 미끄러지며, 황새들을 불렀지. 새참 지나 써레질한 논엔 소금쟁이 물맴이 식구들 죄다 나와 물수제비떴고. 아버지 어머니는 말거머리 참거머리에게 종아리로 헌혈하시던 곳. 새봄 실은 바람이 햇볕과 손잡고 비암천 따라 올라오면 마을 앞 둠벙에선 개구리 맹꽁이 두꺼비들이 장가 좀 가보겠다고 목에 피가 나도록 울었지. 나는 빡빡머리들과 손잡고, 찔레 삘기를 찾아 논두렁 밭두렁 넘고. 배 헛헛한 날이면 부모님 따라간 수작골 논에서 참개구리 잡아다가 화롯불에 구워 먹었지. 일요일엔 앞 개울에서 .. 2008. 3. 1. 이전 1 ···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