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詩54 화전동* 529번지/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8. 6. 18. 은행나무 은행나무 / 김춘기 식목일 아침, 덕양중학교 교정엔 허리 굵은 나무 팔 길게 내밀어 맨 가지마다 초록별 달고있다 살구나무 목련, 벚나무 라일락 덩달아 색전등 여기저기 내어건다 학교와 사십여년 함께 한 저 나무 여름이면 푸르른 손 모두 꺼내 흔들면서 참 씩씩하다고 칭찬해 주는 나.. 2008. 6. 18. 저녁 식탁 저녁 식탁 김춘기 퇴근길 현관문을 여니, 아내의 앞치마가 백합처럼 환하다 주방에서 압력밥솥 치카치카 알뚝배기 된장찌개 끓는 소리 코끝을 돌아 거실에 퍼져나간다 군에 간 두 아들 식탁의자가 비어있다 나는 상추를 펼쳐 밥 한 숟갈을 올린다 아내의 쓸쓸한 눈빛에 내 마음 함께 얹어 입에 넣는다 아내도 그녀의 하루를 호박잎에 싸서 들고 있다 전화벨소리가 적막을 뚫고 나온다 아내가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막둥이가 전화선을 타고 왔다 엄마, 아빠 건강하시냐고 집보다 편하게 잘 있다고… 나는 아내의 귀를 돌아온 막둥이의 음성을 듬뿍 싸서 먹는다 잠시 후 적막이 식탁에 내려와 앉는다 ᄌᆞ냑 밥상 퇴근질 현관문을 ᄋᆞㆍ난 각시 앞치메가 백합추룩 훤ᄒᆞ다 정지에세 압력밥솟 치카치카 알뚝배기 뒌장찌개 꿰는 소리 코끗을 돌안.. 2008. 6. 4. 백목련과 수제비 백목련과 수제비 / 김춘기 외가에 가는 길 긴 하루가 산그늘에 쓸려가는 저녁 저고리에서 풋마늘 냄새나는 배 고랑 등에 달라붙은 할머니 목련나무 가지마다 하얀 장갑 끼고 있는 뒤란 우물가에서 화덕에 불 지피신다 '오늘이 너희 애비 생일이란다.' 부지깽이로 검게 아버지 얼굴 그려보.. 2008. 5. 20. 이전 1 ···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