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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詩54

달과 어머니/김춘기 달과 어머니/김춘기 아파트 피뢰침 위에 앉아 있는 핼쑥한 상현달 날마다 불러오는 배를 안고 하늘 계단 오른다 아들 전화 한 통화에도 웃음이 보름달 같던 어머니 난소암 재발 후 침대가 그녀의 식탁이고 화장실이다 통증이 지네 발처럼 온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배 형광등 하나 켜 놓은 병실에서 나는 무릎 꿇고 복수 차오르는 달을 밤새도록 쓰다듬는다 심야 강변북로, 경적 앞세운 구급차가 시간을 압축하며 어둠을 가른다 팔목에 야윈 가슴에 면발처럼 수액을 달고 있는 어머니 팥죽빛 오줌이 투명주머니의 눈금을 읽는다 나무젓가락처럼 마른 손가락 장작처럼 굳어지는 허벅지 반쯤 막힌 목구멍으로 삼키는 하얀 신음 창틈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복수처럼 흥건하다 반달이 만월에 가까워질수록 온기 없는 침대 위에 고요만 한 장씩 내려앉는다 2008. 9. 19.
말복, 공양/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8. 9. 17.
희망연립, 맨홀/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8. 8. 19.
지퍼/김춘기 지퍼/김춘기 싱크대의 그릇이 서로 몸싸움중이다 휴일 설거지 하는 아내의 전용지퍼 아침부터 개봉이다 분당 미정이 70평 아파트라는데 18평 연립, 여기서 늙을 거야 내 귀에 미풍이 스친다 강남 제부 최신형 벤츠 알지 우리 집 마이너스카드 재수 삼수… 도대체 몇 수생이야 순간 나는 로댕의‘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대치동 조카들 해외유학 중이라는데 이젠 외딸 수빈이 과외 내가 직접 할까? 당신 어머니께 몰래 용돈 드렸지 나는 열리려는 지퍼를 끝까지 붙든다 그녀의 눈이 총알이 되어 내 얼굴에 연속 박힌다. 붉은 입술도 혀도 죄다 날아와 온몸에 끈적끈적 달라붙는다 당신 어제 밤일은 또 그 모양이야? 결정타, 거실 바닥에 쓰러진 나 그래도 지퍼를 끝까지 열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어도 시들지 않는 저 붉은 혓바닥 매일 .. 2008.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