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우주선/김춘기 우주선/김춘기 나는 지구호 선장 프로 우주인이다. 점멸하는 태양계 등대 황도12궁 따라 길 나선다. 꽃핀 봄날 강가에서 종아리 걷고 몸 날랜 토종 물고기랑 종일 물수제비뜨고, 양자리 지나 황소자리에서 되새김의 여유를 본다. 교목 울창한 여름 산맥에서 쌍둥이 게 사자자리 지나며 삼복을 말끔이 식힌다. 산머루 다래 익어가는 골짜기마다 붓질하는 가을 언덕에서 처녀 천칭 전갈자리에 연신 눈길을 보내며 하늘을 난다. 한겨울 활시위 당기는 궁수 뿔쌈하는 염소 호리호리한 물병자리는 암흑 속 별빛만 깜빡이는 머나먼 하늘길 이정표들. 사계절 우주여행이다. 호기심 로켓 되어 난다. 2022. 5. 29. 별에서 온 편지/김춘기 별에서 온 편지/김춘기 그녀가 보낸 편지 나비 떼로 날리는 밤 서재 창에 겹겹 붙는 삐뚤빼뚤 손 글씨들 칠석날 직녀성에서 별빛으로 보내셨나요 하늘 유독 푸르던 날 백조가 되어 오르셨죠 은하수 드맑은 강가 별 낚시질 신납디까 새봄엔 마당 어귀에 수국으로 피어날 당신 2022. 5. 29. 노곡리*, 오월 축제/김춘기 노곡리*, 오월 축제/김춘기 능선마다 어깨 들썩 화관무 펼친다 수혈한 샛강 줄기 굽이굽이 마을 돌고 감악산 들꽃 릴레이 골짜기마다 향기, 향기 후투티 구혼 메시지 꽃구름 피어난다 모종비 내린 들녘 배밭마다 축포소리 노곡리 오월 한낮은 별산대놀이 탈춤 마당 팔랑나비 몸짓 따라 햇살도 꽃이 된다 바람은 그 꽃 안고 하늘 높이 오르네 덩 기덕 굿거리장단 물결치는 임진강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소재의 임진강변 마을 2022. 5. 29. 지뢰밭/김춘기 지뢰밭/김춘기 명절 연휴 룰-루-랄-라 라르고 완속도로 시댁 가면 팔 걷고 전 부치고 차례상 보며, 신형 로봇처럼 설거지하는 아내. 친정 들르면 처제들과 두 발 뻗고 밤새 수다 끝이 없다. 나는 처남과 대청에서 바둑 두고, 새벽까지 잔 부딪친다. 진종일 부산한 처남댁, 발바닥은 불밭이다, 가슴은 지뢰밭이다. 지천명 강기슭에서 내 얼굴이 붉어졌다. 2022. 5. 23.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