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제주 하르방/김춘기 제주 하르방/김춘기 성산포에 제주 부씨 하르방이 살고 있다 초등학교 간신히 졸업하고 출발은 머슴, 온몸은 곡괭이 삽이 되어 고된 하루하루 배 주리며 일군 토종 일개미. 불혹쯤에 벌써 이만 평 중산간 땅 젊은 성주가 되었지. 물만 줘도 쑥쑥 크는 백자 무 같은 자식들 바라보며 경사진 자갈 귤밭 짊어지고 돌개바람 헤친 억척 아방. 사 남매 아들딸 여의어 서울, 분당, 이천, 양주로 죄다 올려보냈다지. 만여 평 땅문서 미리 피붙이들에게 물려주고 허리 좀 펴려는데, 살가운 조강지처가 덜컥 겨울밤 푸른 별이 되었다네. 그를 위로하며 막걸릿잔 부딪치던 깨복쟁이 친구 털보마저 견우성의 친구가 되었다지. 그게 벌써 오 년 전. 구좌 띠동갑 할망 만나 매일 광치기해변 오가는 게 밥 먹는 것보다 좋다지. 색바랜 장롱면허 .. 2022. 2. 7. 제주백서향/김춘기 제주백서향/김춘기 1. 꽃샘잎샘 밀어낸 한수기오름 구릉 물안개처럼 피어나는 백서향 탐라 내음 배풍등, 댕댕이덩굴 코 열고 눈 감는다 새벽부터 그 곁에서 흠흠거리는 노루 가족 녹나무, 조록나무 남실바람 끌어안고 금창초, 구름조개풀 오종종 모여있다 2. 곶자왈은 에덴동산 100% 천연 향수 공장 영업사원 팔색조 하늘 날며 지저귄다 메이드 인 제주 토종, 벤처 기업이라고 2022. 2. 6. 봄, 겨울에 오다/김춘기 봄, 겨울에 오다/김춘기 1. 봄은 푸른 뱃고동에 해조음 싣고 온다 곶자왈 텃새 합창 남실바람 지휘 맞춰 유채 향 듬뿍 안고서 마라, 가파 들러 온다 2. 싸락눈 뺨 때리는 시온이네 대정빌라 베란다 선반 아래 검은 비닐 속에서 홍당무 두 손 들었다 '저요, 저요' 봄 왔어요 2022. 2. 1. 신맹모삼천지교/김춘기 신맹모삼천지교新孟母三遷之敎/김춘기 1. 한라산 가랑이 아래 돈내코 곶자왈 지대 구실잣밤나무 우듬지가 하늘 독차지하고 있다 그늘 속 관목 군락이 몇 가닥 햇살 서로 붙들고 2. 영어마을* 등굣길 이어지는 차량 행렬 교문 앞 경적에 섞여 발싸심하는 책가방들 어머니 통치마 그늘에서 단꿈들이 웃자라고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해외 유학으로 인한 외화 유출을 억제하고 교육 분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적 사업으로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된 신도시. 영국학교 NLCS, 미국학교 SJA, 캐나다학교 BHA, 그리고 한국국제학교 KIS가 개교하여 현재 5,00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2022. 1. 22.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