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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참새의 질문 참새의 질문 김춘기 새벽부터 면도하고 머리 손질합니다 참새들이 ‘웬일?’ 하며 빨랫줄에서 지저귑니다 시집간 외딸 예린이 친정에 오는 날입니다 2016. 9. 27.
(사설시조)영천사, 한낮 영천사, 한낮/김춘기 산사 천수경소리에 접시꽃이 붉게 핀다. 마당귀에서 햇살 쪼던 참새들이 대웅전 앞 계단을 깨금발로 오르고 있다. 장수말벌 들락거리는 단청 아래, 선잠 깬 물고기가 뎅그렁 뎅그렁 정오를 알린다. 아침부터 명부전 곁 밤나무, 쌀국수 연신 뽑아낸다. 명지바람이 밤꽃 향을 날라 대접에 수북이 담는다. 목탁소리 고봉 한 사발, 여울물소리 두 보시기, 놋 양푼 찰랑이는 풍경소리… 물오리나무가 절 마당 다녀간 뒤, 여우비는 발자국을 살짝 남기고 간다. 흰 보자기 몇 장 꺼내든 하늘이 산마루에 내려앉는다. 신갈나무 겨드랑이에 터 잡은 까막딱따구리 딱딱 목탁 치는 사이, 밤꽃 접시꽃이 여기저기 또 피어난다. 하짓날 전생의 부부들이 상봉하는 중이다. 2016. 9. 25.
(사설시조)치킨 공화국 치킨 공화국 김춘기 1. 9회 말 역전승이라며, 마음 들뜬 이른 저녁 붉은 깃발 흔들며 시월 연휴가 징검징검 건너온다고, 코스피까지 연일 장밋빛 만발이라며, 비비큐 교촌 페리카나 가슴이 뛴다, 뛴다. 외동딸 내신에서 또 한 등급 올랐다고, 휴대폰까지 춤추는 달빛마을 아파트. 수능 3등급 이상은 치킨을 배달시키고, 6등급까지는 그래도 치킨을 튀길 수는 있겠지만, 꽁지 쪽은 평생 치킨이나 배달하며 살아야만 한다나, 뭐라나. 여친 얼굴 보는 날이면 치킨에 생맥주가 보름달로 떠오른다는 K여고 노총각선생님. 치킨을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번뿐인 입은 절대 없다며, 피자헛까지 덩달아 설레게 만드는 야자 종례시간. 강 건너 재개발 보류지구, 그늘 짙다는 뜬소문뿐. 2. 여름, 급히 명퇴한 정류.. 2016. 9. 25.
1.4 후퇴 1.4 후퇴 김춘기 새하얗다, 쇠백로 떼 영주 부석 감살미마을 전진뿐인 마칼바람 밀고 온다, 함박눈 사변 때 압록강 넘던 중공군 떼 새하얗다. 2016.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