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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자목련, 춤 자목련, 춤 / 김춘기 생강냄새 풍기고 싶어서 맨 먼저 피어나는 생강나무꽃 노란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블록담장에 몸을 기댄 자목련이 새벽부터 구관조처럼 부리를 내민다 돋을볕의 금빛을 두르고 마음 속으로 캉캉 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썩이면서, 춤을 춘다 프랑스에서 유행했다는 캉.. 2012. 4. 17.
면벽 면벽/김춘기 꽃이 피거나 지거나 하늘이 웃거나 울거나 북한산 인수봉이 백운대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처럼 달마대사가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9년간 좌선 면벽面壁 끝에 바위가 되었다는데 나는 매일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에 두 눈을 집어넣은 채 면벽하고 퇴근하면, 다시 신제품 티브이 앞에 붙어 앉아 있는데 순환선 전철에서는 학생도 취준생도 대학교수도 휴가 중인 군인도 수진이 엄마 아빠까지도 진종일 스마트폰에 두 손 모으고 면벽하는데 먼 훗날, 우리는 모두 도통하여 무엇이 될 거나, 몰라. 면벽(제주어) 꼿이 피거나 지거나 하늘이 웃거나 울거나 북한산 인수봉이 백운대에 꾸러앚고 비념ㅎ.는 것추륵 달마대사가 중국 승산 소림사에서 9년간 좌선 면벽 끗에 바우가 뒈엇다는디(뒈엇덴 ㅎ.는디) 나는 메날 ㅅ.무실이서 컴.. 2012. 3. 28.
전화/김춘기 하늘 전화 / 김춘기 전화선을 타고 오는 어머니의 음성처럼 가을비가 내린다 아침 창가에서 고향에 홀로 계신 아버지와 통화하고, 한낮 사무실에서 불알친구의 입원소식을 듣고 내복 잘 받았다는 막내 이모의 손전화를 받고는 순간,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그러나 신호 없는 벨소리 가슴 속에만 몇 줄 남겨진 재작년 겨울 함박눈 내리는 날 꽃상여를 타신 당신의 나지막한 목소리… 오늘도 내게 하늘 전화로 ‘춘기야! 잘 지내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소리 없는 그 목소리가 가슴에 빗금을 긋는다 하늘 전화(제주어) 전화선을 탕고 오는 어머니의 음성추룩 ㄱ.슬비가 ㄴ.린다 아칙 창가이서 고향에 혼차 계신 아버지광 통홯.고, ㅎ.ㄴ낮 사무실이서 불알친귀의 입원 기벨을 듣고 내복 잘 받앗덶.는 막냉이 이모의 손전화를 받.. 2012. 3. 23.
[스크랩] 서울 황조롱이 김성로 [ 빗속을 나르는 새의 심정으로] 145*70cm, 한지위에 아크릴. 1999 서울 황조롱이 / 김춘기 1. 비정규직 가슴 속에 안개비가 내리는 밤 여의도길 전주 한켠 둥지 튼 황조롱이 옥탑방 살림살이가 긴병처럼 힘에 겹다 2. 산 능선 너럭바위에 건들바람 불러 모아 풋풋한 날개 저어 억새 탈춤.. 2012.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