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폭설 열차/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9. 2. 25. 봄의 완행열차 봄의 완행열차 / 김춘기 겨울 기차의 마지막 칸 꽃샘이 철길을 따라 앞산 허리를 돌아간 자리 어머니 약손 같은 햇살이 두루마리를 펴며 개울 건너 들판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키 작은 바람이 낮은 포복으로 맨땅을 자분자분 토닥이면 서릿발의 기지였던 아버지의 텃밭이 말랑말랑해지고 .. 2009. 2. 3. 아버지의 공양 아버지의 공양 / 김춘기 도둑눈이 밤새 내린 섣달그믐날 아버지와 함께 동네 목욕탕에 들어선다 털신을 신발장에 넣고 겨울옷을 하나씩 벗는 아버지 어깨에 쇄골이 솟아 있다 내 어릴 적 수작골, 자작골의 다랑논을 쟁기로 갈아엎던 근육질 허벅지가 정강이처럼 말라붙었다 온탕에 몸을 .. 2009. 1. 7. 허공의 집(사설시조) 허공의 집 / 김춘기 녹양동 연립주택 창가 거미집 한 채 밀잠자리 한 마리 거미줄에 양 날개 반듯, 십자가의 예수처럼 박제되어 있다. 다리에 거미줄 감겨 미동도 않는 몸, 찢긴 날개 무늬 선명하다. 어두운 길목 덫을 던진 주인 어디로 갔나. 난간에 걸려있는 시간이 어둠의 귀퉁이 붙들고 흔들린다. 동네 소식 궁금한 바람 진종일 드나들고, 담뱃가게에나 이따금 오가는 사람들 못 본 채 서로 외면이다. 실핏줄처럼 얽힌 전선들이 오후 내내 진눈깨비 털어내고 있다. 캐럴송이 가로등 불빛 접으며 산동네로 오른다. 평생 집 없이 떠돌던 잠자리, 빈집 한 채 얻어 긴, 긴 겨울 나고 있다. 길 건너 옥탑방 남자 혼자서 늙고 있다 2008. 12. 30. 이전 1 ··· 63 64 65 66 67 68 69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