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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임진강 신갈나무/김춘기 임진강 신갈나무/김춘기 잘려나간 시간의 마디 물비늘로 여울집니다. 손때 절은 상봉신청서 부적처럼 고이 품고 다 꺾여 반 뼘쯤 되는 그 목숨마저 꺾습니다 손 가만가만 흔들던 산비알 위 신갈나무 땡볕에 뒤척이는 강만 내려보다가 단, 한 장 갈잎이 되어 벼랑으로 구릅니다. 신기루 같은 그리움이 사시사철 강물이라면 임진강 오르내리는 등지느러미 선명한 한 마리 눈이 큰 갈겨니, 갈겨니가 되고 싶습니다 2008. 8. 19.
지퍼/김춘기 지퍼/김춘기 싱크대의 그릇이 서로 몸싸움중이다 휴일 설거지 하는 아내의 전용지퍼 아침부터 개봉이다 분당 미정이 70평 아파트라는데 18평 연립, 여기서 늙을 거야 내 귀에 미풍이 스친다 강남 제부 최신형 벤츠 알지 우리 집 마이너스카드 재수 삼수… 도대체 몇 수생이야 순간 나는 로댕의‘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대치동 조카들 해외유학 중이라는데 이젠 외딸 수빈이 과외 내가 직접 할까? 당신 어머니께 몰래 용돈 드렸지 나는 열리려는 지퍼를 끝까지 붙든다 그녀의 눈이 총알이 되어 내 얼굴에 연속 박힌다. 붉은 입술도 혀도 죄다 날아와 온몸에 끈적끈적 달라붙는다 당신 어제 밤일은 또 그 모양이야? 결정타, 거실 바닥에 쓰러진 나 그래도 지퍼를 끝까지 열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어도 시들지 않는 저 붉은 혓바닥 매일 .. 2008. 7. 9.
화전동* 529번지/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8. 6. 18.
은행나무 은행나무 / 김춘기 식목일 아침, 덕양중학교 교정엔 허리 굵은 나무 팔 길게 내밀어 맨 가지마다 초록별 달고있다 살구나무 목련, 벚나무 라일락 덩달아 색전등 여기저기 내어건다 학교와 사십여년 함께 한 저 나무 여름이면 푸르른 손 모두 꺼내 흔들면서 참 씩씩하다고 칭찬해 주는 나.. 2008.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