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나팔꽃의 궁금증 나팔꽃의 궁금증 김춘기 K중학교 울타리에 가출 여학생 닮은 나팔꽃이 핀다 언니 루주 바른 붉은 꽃 입술들, 목 빼고 밖을 본다 그 곁 선잠 깬 나팔꽃, 목젖이 보이도록 하품이다 길 바쁜 바람이 지나가자 나팔이 여기저기 떨어진다 나팔을 놓친 가시내들 담 밑에 앉아 나팔소리를 줍는다 곁을 지나가던 사내아이들 가던 길을 멈춘다 교문 밖 간판 없는 문방구, 구멍가게가 슬레이트 지붕 블록 담집에 어깨를 기대고 우두커니 서있다 붉은 입술 말괄량이 민지 담임선생님 조회도 시작하기 전 교실 밖으로 바람이 되어 뛰어나간다 새내기 처녀 선생님 입술이 나팔꽃보다 붉게 피는 아침 눈 맑은 아이들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한다 나팔꽃이 박태기나무를 타고 올라가 밖을 보고 있다 K중ㅎ.ㄱ교 울담에 가출 여ㅎ.ㄱ생 닮은 나팔꼿이 핀다 .. 2008. 9. 24. 달과 어머니/김춘기 달과 어머니/김춘기 아파트 피뢰침 위에 앉아 있는 핼쑥한 상현달 날마다 불러오는 배를 안고 하늘 계단 오른다 아들 전화 한 통화에도 웃음이 보름달 같던 어머니 난소암 재발 후 침대가 그녀의 식탁이고 화장실이다 통증이 지네 발처럼 온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배 형광등 하나 켜 놓은 병실에서 나는 무릎 꿇고 복수 차오르는 달을 밤새도록 쓰다듬는다 심야 강변북로, 경적 앞세운 구급차가 시간을 압축하며 어둠을 가른다 팔목에 야윈 가슴에 면발처럼 수액을 달고 있는 어머니 팥죽빛 오줌이 투명주머니의 눈금을 읽는다 나무젓가락처럼 마른 손가락 장작처럼 굳어지는 허벅지 반쯤 막힌 목구멍으로 삼키는 하얀 신음 창틈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복수처럼 흥건하다 반달이 만월에 가까워질수록 온기 없는 침대 위에 고요만 한 장씩 내려앉는다 2008. 9. 19. 말복, 공양/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8. 9. 17. 희망연립, 맨홀/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8. 8. 19. 이전 1 ··· 64 65 66 67 68 69 70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