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314

저녁 식탁 저녁 식탁 김춘기 퇴근길 현관문을 여니, 아내의 앞치마가 백합처럼 환하다 주방에서 압력밥솥 치카치카 알뚝배기 된장찌개 끓는 소리 코끝을 돌아 거실에 퍼져나간다 군에 간 두 아들 식탁의자가 비어있다 나는 상추를 펼쳐 밥 한 숟갈을 올린다 아내의 쓸쓸한 눈빛에 내 마음 함께 얹어 입에 넣는다 아내도 그녀의 하루를 호박잎에 싸서 들고 있다 전화벨소리가 적막을 뚫고 나온다 아내가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막둥이가 전화선을 타고 왔다 엄마, 아빠 건강하시냐고 집보다 편하게 잘 있다고… 나는 아내의 귀를 돌아온 막둥이의 음성을 듬뿍 싸서 먹는다 잠시 후 적막이 식탁에 내려와 앉는다 ᄌᆞ냑 밥상 퇴근질 현관문을 ᄋᆞㆍ난 각시 앞치메가 백합추룩 훤ᄒᆞ다 정지에세 압력밥솟 치카치카 알뚝배기 뒌장찌개 꿰는 소리 코끗을 돌안.. 2008. 6. 4.
후곡마을 후곡마을 / 김춘기 정발산만 바라보며 그믐달보다 쓸쓸하던 바람도 강을 건너고 토박이만 살아온 뒷골 지금은 건듯 솟아서 밤마다 별을 따네 2008. 6. 2.
우랄알타이산맥 우랄알타이산맥 / 김춘기 먹장구름 틈새 따라 오색불길 내려오네. 뇌성에서 잠 깬 하늘, 자드락비 지나간 고봉高峰 빙벽엔 메시아 햇살 산마루가 일어선다 우루무치 밟고 오른 만년설에 잠긴 저 산 삼천 미터 벽공碧空에서 천지창조 새로 하나 태초의 등 푸른 바다 유토피아가 거기였네. 2008. 5. 30.
나르빅 오로라 *나르빅 오로라 / 김춘기 완행열차 소실점 향해 밤낮없이 가고 있다 마음 한 줌 실은 바람 손잡고 동행이네 북빙양 새 아침 햇귀 파도 소리에 잠겨 있다 열 구름 뒤를 밟은 페르퀸트 기다리는 백발의 솔베이지 노래 산릉선에 걸려있는 순록 뿔 그 빛을 받아 능금보다 붉은빛 마을 그믐달도 잠든 백야 잔별 모두 눈뜬 하늘 만년설 빙벽에 몸 걸친 오로라 여인 어머님 꽃상여 만장 너울너울 널고 있다 2008.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