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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사설시조)킹조지섬* 황제펭귄 킹조지섬 황제펭귄 김춘기 영하 70도 빙벽 아래, 설원은 펭귄의 모국 극야의 고추바람이 만년설의 뺨을 한 겹씩 벗겨내는 섬. 알을 낳은 어미 펭귄, 허기진 배를 붙들고 머나먼 바다로 떠난다. 오색 오로라 커튼 열며 맨발 내디딜 때마다 눈보라가 발자국 지우며 따라온다. 암컷에게 알을 받은 수컷, 발등에 생명을 곱게 얹어 아랫배의 온기를 겹겹 덮는다. 눈밭 위 퉁퉁 부은 두 발, 발가락 핏줄이 선명하다. 두어 달 크릴새우 한 점 입에 넣지 못한 아비 펭귄. 반쪽이 된 몸에 허공을 두르고, 자리 지킨다. 바다표범의 푸른 눈빛이 설야 틈새로 들어오고, 도둑갈매기 저공비행이 낮게 깔린다. 바람을 밀어내던 아비, 순간 언 몸에 싸라기눈이 다닥다닥 들러붙는다. 또다시 블리자드 사나운 설원에 이정표처럼 서 있는 펭귄,.. 2009. 3. 18.
냉이의 변신/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9. 3. 18.
명견대회 명견대회/ 김춘기 1. 아침에 잠깬 참새, 소금항아리 밑에 남아있는 어둠을 발톱에 묻히고 텃밭으로 날아가 참깨 이파리를 쫀다. 참나무가 짙푸른 햇살을 샛강에 풀어 산의 아랫배부터 여름 수채화를 그린다. 쓰르라미 참매미가 목청을 한 옥타브 올리는 일요일, 한낮이 천천히 풀린다. 영.. 2009. 3. 11.
안개 터널 안개 터널 / 김춘기 사월도 하순인데 1100도로에 눈이 내린다 안개터널로 들어온 진눈깨비가 구불구불 차선을 지운다 머리, 어깨에 눈 뒤집어 쓴 편백나무 몸을 흔들어 떡눈을 털어낸다 윈도브러시가 무표정으로 삐걱삐걱 차창의 눈을 쓸어내린다 FM 라디오 케이-팝이 안개를 걸러내며 축축하게 내 귀를 적신다 자동차들이 눈치를 서로 보며 주춤주춤 경사로를 기어오른다 이파리 몇 개씩 붙들고 있는 관목들이 잠시 고개를 내밀더니, 다시 안개에 묻힌다 전조등이 일제히 서귀포 쪽으로 향한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더 깊은 안개터널이 입을 벌리고 다가온다 으남 터널 ᄉᆞ월도 그믐인디 1100도로에 눈이 ᄂᆞ린다 으남터널로 들어온 진눈깨비가 구불구불 차선을 지운다 머리, 둑기에 눈 뒈집어 쓴 펜백낭 몸을 흥글멍 떡눈을 털어낸다 .. 2009.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