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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화전동 담쟁이 화전동 담쟁이 / 김춘기 덕양중학교 가는 길 늙은 버드나무에 둥지 튼 까치 한 쌍 양지마을 내려다본다 푸른 하늘을 향해 콘크리트 벼랑에 인해전술을 펴는 담쟁이 사단 어깨를 밀착하고, 함께 기어오른다 흙벽돌 무당집 붉은 깃발이 펄럭이면 바람은 봄볕을 쓸어다 마당귀에 수북이 쌓.. 2009. 4. 15.
장례 만찬/김춘기 장례 만찬/김춘기 내설악의 가을이 귀때기청봉을 넘어 양양 벌에 닿으면 강은 한가위 전날 어머니처럼 가슴이 뛴다 고향을 떠나 캄차카를 배경으로 베링해의 물밭 일구던 연어 떼 일만km 거친 바닷길 달려온다. 바다표범 모여 사는 구릴열도 지나 소야해협 원양 선단을 빙 돌아 기억의 촘촘한 회로를 한 가닥씩 풀어내는 연어의 발길이 숨 가쁘다 동해의 한류를 헤치며 청진항 불빛 파도를 넘어 낙산해변 벼랑에 다다른 연어 모천의 숨소리를 듣는다 설악에 탯줄을 묻은 남대천 늦여름부터 산모 받아드릴 채비에 설렌다 입덧 가득한 산란기의 어미 연어 물살의 갈피를 돌돌 말아, 집 한 채씩 짓는다 혼인색 눈부신 수컷의 격렬한 공방전 산통을 어루만지며 붉은 알 쏟는 어미 강물은 산파가 되어 기진맥진한 연어의 배를 눌러준다 지느러미 .. 2009. 4. 9.
버드나무 집성촌/김춘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09. 4. 1.
(사설시조)연인산, 사월 뉴스 연인산, 사월 뉴스 김춘기 연인산, 사월 뉴스 봄산은 폭발한다, 들꽃의 빅뱅이다. 청바지차림 사월 맥박소리가 샛강에서 산봉우리까지 물길을 낸다. 봄볕을 물어 나르는 말총벌 알락나비는 신참 집배원. 해종일 바람의 어깨에 앉아 산모롱이 돌고, 징검다리 건너 고샅길 위를 비행하며, 처녀 총각 연서를 배달한다. 바람난 종다리, 꾀꼬리 울음이 하늘 끝에 닿을 때까지 대지의 참젖을 빨아들이는 굴참나무. 산봉우리 비늘구름, 새털구름이 초록 분무기 꺼내어 교대로 들녘 곳곳에 꿀비를 촉촉하게 뿌리고 간다. 승안리 마을은 온통 꽃집 개점 중이다. 2009.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