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산, 봄을 실험하다 [국제시단] 산, 봄을 실험하다 /김춘기 0℃ 빙점 재던 하얀 커튼 활짝 열고 플라스크 비커마다 시약 듬뿍 따라 넣고 눈 시린 색채의 분산 불꽃반응 실험 중인 산 산새, 들새 노래 모아 원색 들꽃 피워내며 카메라 렌즈 향해 봄을 확확 뿌리는 대낮 계곡은 절정 맞는다 탄성 마구 질러댄다 ▶시작 노트 20여 년 전 가평고 과학 교과를 가르쳤다. 그때 어떤 화합물을 태울 때 나오는 불꽃 색깔로 그 속에 포함된 원소를 알아내는 실험이 있었다. 봄에 명지산 등반 중 여러 색깔로 만개한 꽃들을 보고 봄을 실험하는 것으로 느꼈다. 마치 온 산이 과학실이 되어 불꽃반응 실험을 하는 것 같았다. 사계절의 절정은 세상의 들꽃이 폭발하여 온 산에 불을 놓는 4월이 아닐까. ▶약력- 제9회 금호시조상 우수상. 2008년 국제.. 2008. 4. 15. 목련꽃 편지 목련꽃 편지 / 김춘기 금강의 누치 떼 물수제비뜨는 봄날 그녀와 손 붙들고 *공산성에 올랐었지 우금고개, 곰나루의 바람도 데리고서 물빛 그 바람에 얼굴 씻고 마음도 씻으며 속닥속닥 스무 살을 서로 주고 받았지 오월처럼 풋풋한, 샘물보다 더 맑은 연잎 크기 그 사랑을 넘실넘실 세월.. 2008. 4. 5. 겨울 설악산 겨울 설악산/김춘기 설피 신은 시베리아기단 산을 밀며 달려온다. 계곡은 수온 모두 빙점氷點 아래로 내려놓고 눈감은 대청봉 마루 동안거에 잠겨있다. 한 장 남은 속옷도 벗어 맨살뿐인 저 고드름 극한의 수행이다, 허공 끝 받치고 있다. 시퍼런 어깨 언저리 바람마저 얼어붙는다. 하늘 벼랑 그 아래로 추락하길 마다않나 수정보다 투명해지려 임계점 넘는 빙폭氷瀑 암벽을 타고 오르는 눈보라도 숨 가쁘다. (시조시학 2008년 봄호) 2008. 3. 12. 서울 황조롱이/김춘기 서울 황조롱이 김춘기 1. 비정규직 가슴 속에 안개비가 내리는 밤 여의도길 전주 한켠 둥지 튼 황조롱이 옥탑방 살림살이가 긴병처럼 힘에 겹다 2. 산 능선 너럭바위에 건들바람 불러 모아 풋풋한 날개 저어 억새 탈춤에 신명나면 제일 큰 나무에 올라 흐벅진 몸 곧추세우던 너 3. 오늘은 밤섬에서 찢긴 비닐 비집고는 마포대교 어깨에 앉아 깃털 훌훌 털어내고 북악산 여름 숲으로 건듯 날아오르는구나 4. 순환선 철길 위를 에도는 내 발자국 휴대폰에 떠오르는 눈빛 모두 잠재우고 물소리 푸른 강가에서 시계 풀고 살고 싶다 [출처] 국제신문 시조 당선작 / 서울 황조롱이 / 김춘기 시조 심사평 4연 작품의 구성과 긍정적 삶의 자세 돋보여 최종심에 다섯 편이 올랐다. 강원도 이영신의 '동강사설', 부산 변경서의 '가을과.. 2008. 3. 11.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