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못 / 박기섭 못 / 박기섭 1 숱한 담금질 끝에 직립(直立)의 힘을 고눠 마침내 일어서는 견고한 자존의 뼈 스스로 극한의 빙벽을 이를 물고 버틴다. 2 못을 친다, 저 생목(生木)의 건강한 육질을 밀어 그 환한 정수리에 굵은, 대못을 친다 한 시대 처연한 꿈이 앙칼지게 박힌다. 3 닫힌 저 엄동의 난만한 못통 속에는 끝.. 2008. 6. 23. 번개 / 이해완 번개 / 이해완 대낮 칠흑 속을 익명의 한 사내가 천상의 계단을 뚜벅뚜벅 걸어 내려와 시퍼런 조선 낫으로 어둠을 베고 있다 단칼에 한 다발씩 그렇게 쳐나가며 지치면 한 됫박의 소나가도 끼얹어가며 때로는 우르르 꽝꽝 기합도 좀 넣어가며 한동안 열심이던 그도 지쳐 스러지고 마알간 밤하늘에 별.. 2008. 6. 23. 글로벌, 글로벌/배인숙 글로벌, 글로벌 / 배인숙 토박이 우리 말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통일호, 비둘기호 추억속에 열차이름 총알같이 달려간다 올라간땐 KTX, 내려올땐 XTK? 발음을 잘 혀야 혀 혀를 잘 굴려야 혀 영희 옥희 숙자는 어디로 다 사라지고 유라 마리 세라 유행을 따라 잡으며 흐름을 잘 타야 살아남는 법이여 굴.. 2008. 6. 23. 황복순 할머니 / 정일근 황복순 할머니 / 정일근 은현리 황씨 할머니 꽃상여 나가는 날 섣달 추위 뚝 멈추고 날씨 참 봄날 같다 언 땅들 언 땅 풀고서 할머니 기다린다 은진 황씨 복순 할머니 아흔하고 두 해 더 그 평생 은현에서 밭일하며 살면서 흙마다 절하며 거름주며 착한 생명 거뒀으니 오늘은 황씨 할머니 흙으로 이사가.. 2008. 6. 21. 이전 1 ··· 55 56 57 58 59 60 61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