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흔들의자/강정숙 흔들의자 / 강정숙 절뚝이며 너무 오래 걸었나 보다 발바닥 마디마디 시퍼런 멍이 들고 접혔던 기억 하나가 도드라져 일어선다 맨 처음 떠나온 게 오지의 숲이었나 구절초 오만하게 꽃잎 터트리는 날 불 지른 한 생의 끝에 달랑 남은 뿌리 하나 상처를 긁어내던 벼린 손 벼린 칼끝 무늬를 맞추면서 빗.. 2008. 3. 8. 대설주의보/김영완 대설주의보 - 김영완 1 거친 숨결 허옇게 얼어붙는 역 광장 앞 어디론가 가야 하는 길손들이 서성이고 그 몇은 허방을 딛고 빙판 위로 넘어진다. 제 한 몸 세우기도 버거운 이웃들은 손잡아 일으켜 줄 온기마저 놓아버리고 저마다 제 그림자 옆을 흘깃 흘깃 지나친다. 몇 날 찌푸린 하늘, 끝내 싸락눈 흩.. 2008. 3. 8. 까마귀가 나는 밀밭 까마귀가 나는 밀밭* / 임채성 -‘오베르’**에서 보내온 고흐의 편지 윤오월 밑그림은 늘, 눅눅한 먹빛이다 노란 물감 풀린 들녘 이랑마다 눈부신데 그 많던 사이프러스 다 어디로 가 버렸나 소리가 죽은 귀엔 바람조차 머물지 않고 갸웃한 이젤 틈에 이따금 걸리는 햇살 더께 진 무채색 삶은 덧칠로도 감출 수 없네 폭풍이 오려는가, 무겁게 드리운 하늘 까마귀도 버거운지 몸 낮춰 날고 있다 화판 속 길은 세 줄기, 또 발목이 저려온다 모든 것이 떠나든 남든 내겐 아직 붓이 있고 하늘갓 지평 끝에 흰 구름 막을 걷을 때 비로소 소실점 너머 한뉘가 새로 열린다 *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유화그림. ** 오베르 쉬르 와즈 : 파리 북쪽의 시골마을. ‘생레미’의 정신병원을 퇴원한 고흐가 약 두 달간 .. 2008. 3. 8. 나-무 나-무 / 김동찬 소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촉촉하게, 푸르게 살아 있는 동안은 나-무라 불리우지 않는다. 무슨무슨 나무일 뿐이다. 초록색 파란 것, 말랑말랑 촉촉한 것 꿈꾸고 꽃피고 무성하던 젊은 날 다 떠나 보내고 나서 나-무가 되는 나무. 나무는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집이 되고, 책상이 되고, 목발이 되는 나-무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무 2008. 3. 8.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