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찬밥 찬밥 / 안도현 가을이 되면 찬밥은 쓸쓸하다 찬밥을 먹는 사람도 쓸쓸하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는 찬밥이었다 사랑하는 이여 낙엽이 지는 날 그대의 밥상 위에 나는 김 나는 뜨끈한 국밥이 되고 싶다 2008. 4. 21. 월식 월식 / 최금진 1. 어머니 아버지는 나를 업고 신작로에 서 있었다. 커다란 달이 아버지 머리통을 삼키고 있었다. 짚가마니 썩은 냄새가 났다. 미루나무 아래 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 아버지 검은 뒤통수에 대고 나는 물었다. 저기, 죽은 여자는 언제 부활할까요. 아버지가 고개를 홱 돌리셨다. 아버지는 .. 2008. 4. 13. 칸나/손순미 칸나 /손순미 찬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마당에 칸나가 피었다 소스라치게 피었다 체한 것이 아닐까 아닐까 했을 때 붉은 꽃의 성대에서 칸나가 피었다 터져 나오는 자궁의 홍등紅燈을 어쩌지 못한 나는 주근깨가 많은 소녀였다 달은 아예 뜨지도 않은 밤에 수돗가에서 몰래 팬티.. 2008. 4. 13. 지란지교를 꿈꾸며 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 2008. 4. 10. 이전 1 ··· 165 166 167 168 169 170 171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