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가문동 편지 가문동 편지 / 정군칠 낮게 엎드린 집들을 지나 품을 옹송그린 포구에 닻을 내린 배들이 젖은 몸을 말린다 누런 바다가 물결져 올 때마다 헐거워진 몸은 부딪쳐 휘청거리지만 오래된 편지봉투처럼 뜯겨진 배들은 어디론가 귀를 열어둔다 저렇게 우리는, 너무 멀지 않은 간격이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 2008. 4. 3. 붉은 꽃 붉은 꽃 /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 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냄새처럼 도무지 잠글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 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무명천에 핀 검붉은 꽃 몽정한 .. 2008. 4. 3. 부레옥잠 부레옥잠 / 신미나 몸때가 오면 열 손톱마다 비린 낮달이 선명했다 물가를 찾는 것은 내 오랜 지병이라, 꿈속에도 너를 탐하여 물 위에 空房 하나 부풀렸으니 알을 슬어 몸엣것 비우고 나면 귓불에 실바람 스쳐도 잔뿌리솜털 뻗는 거라 가만 숨 고르면 몸물 오르는 소리 한 시절 너의 몸에.. 2008. 4. 3. 매봉산 딱따구리/윤금초 매봉산 딱따구리 / 윤금초 떡갈나무 숲길 열고 부챗살 펼친 붉은 아침 세속 도시 기웃대다 쉬엄쉬엄 숨 고르다 따그락 딱딱 따그락 젖은 발목 말리고 있네. 기름기 도는 잎새 위를 둥둥 떠가는 봄 그리메 해종일 산빛 두르고 들숨 날숨 돌아와서 따그락 딱딱 따그락 저문 전(廛)을 거두고 있네. 2008. 4. 2. 이전 1 ··· 243 244 245 246 247 248 249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