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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빗소리 듣는 동안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1970년대 편물점 단칸방에 누나들이 무릎 맞대고 밤새 가랑가랑 연애 얘기하는 것처럼 비가 오시네 나 혼자 잠든 척하면서 그 누나들의 치맛자락이 방바닥을 쓰는 소리까지 다 듣던 귀로, 나는 빗소리를 듣네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먹는 소리 맛있게, 맛있게 양푼.. 2008. 3. 26.
모과나무 모과나무 / 안도현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이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 2008. 3. 25.
먼 길 먼 길 / 문수영 먼지를 닦아내고 허전함 걷어내고 그림을 걸기 위해 벽에다 못을 칩니다 아무나 가 닿지 못할 허공인 줄 모르고 버티는 벽 속엔 무엇이 숨어 있기에 번번이 내 마음 튕겨져 나오나요? 액자 속 망초꽃들은 우수수 지는데…… 어쩌면 나 모르는 박쥐의 집이 있어 햇살에 눈이 부셔 창문을 .. 2008. 3. 25.
하늘 하늘 / 서정슬 하늘이 바다에 내려왔어요 새들이 고기떼 속에 놀고 있네요 하늘이 샘터에 내려왔어요 구름조각 새 물로 헹궈가려고 하늘이 우물에 내려왔어요 두레박으로 구름조각 건져볼까요? 2008.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