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느티나무 여자 느티나무 여자 / 안도현 평생 동안 쌔빠지게 땅에 머리를 처박고 사느라 자기 자신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가을 날, 잎을 떨어뜨리는 곳까지가 삶의 면적인 줄 아는 저 느티나무 두 팔과 두 다리로 허공을 헤집다가 자기 시간을 다 써 버렸다 그래도 햇빛이며 바람이며 새들이 놀다 갈 시간은 아.. 2008. 3. 24. 바다가 보이는 교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 정일근 - 유리창 청소 참 맑아라 겨우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열이, 열이가 착하게 닦아놓은 유리창 한 장 먼 해안선과 다정한 형제섬 그냥 그대로 눈이 시린 가을 바다 한 장 열이의 착한 마음으로 그려놓은 아아, 참으로 맑은 세상 저기 있으니 2008. 3. 24.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 2008. 3. 24. 봄은 봄은 / 이대흠 조용한 오후다 무슨 큰일이 닥칠 것 같다 나무의 가지들 세상 곳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숨 쉬지 말라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곳곳에서 탕, 탕, 탕, 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저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 2008. 3. 24. 이전 1 ··· 261 262 263 264 265 266 267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