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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신발論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 2008. 3. 15.
회상 회상 / 이호우 몹시 추운 밤이었다 나는 커피만 거듭하고 너는 말없이 자꾸 성냥개비를 꺾기만 했다 그것이 서로의 인생의 갈림길이었구나 2008. 3. 10.
자운서원에서 자운서원에서 / 신양란 -절대정숙 바람이 조심조심 햇살을 헤치며 간다 *아아라한 세월 두고 이어 내린 숨결에 행여나 흠이 질세라 발뒤꿈치 사뿐 들고 시간이 갈앉으면 물 속같이 고요한 것 풀잎 하나 설레어도 그대로 파문인다 이대로 머뭇대다간 풍경화 속에 갇힐라 *아아라한 : '아득하다'는 의미.. 2008. 3. 8.
촉지도(觸地圖)를 읽다/유종인 촉지도(觸地圖)를 읽다 / 유종인 휠체어 리프트가 선반처럼 올라간 뒤 역 계단 손잡이를 가만히 잡아본다 사마귀 그점자들이 철판 위에 돋아있다 사라진 시신경을 손 끝에 모은 사람들, 입동(立冬) 근처 허공 중엔 첫눈마저 들끓어서 사라진 하늘의 깊이를 맨얼굴로 읽고 있다 귀청이 찢어지듯 하행선 .. 2008.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