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강가에 앉아 강가에 앉아 / 조동화 잔잔한 강물 위 허공에 못박힌 듯 물총새 문득 날아와 정지비행을 한다 팽팽한 일촉즉발의 숨막히는 한순간 표적이 잡히자마자 온몸을 내리꽂아 홀연히 그 부리로 잡아채는 은비녀, 비린 살 마구 파닥이는 저 눈부신 화두(話頭)여! 2008. 3. 8. 滿空, 소를 버리다 滿空, 소를 버리다 / 송필란 큰법당 바깥 벽에서 尋牛圖의 소를 만났다 그 중 가장 실한 놈, 등짝 선이 늠실한 놈 배흘림 둥근 기둥에 매어둔 소 한 마리 끌어낸다 이놈의 고삐를 채어 저자거리에 내다 팔까 살은 살대로 뼈는 뼈대로 발라 푸줏간 고깃덩이로 걸면 천 근 정도는 나올까 없는 소를 앞에 두.. 2008. 3. 8. 순대를 먹으며 순대를 먹으며 / 유자효 시장통에 주저앉아 순대국을 먹는다. 들깨 듬뿍 고기 듬뿍 인심이 후하다 노동의 훈김이 물씬 가슴으로 밀린다. 순대국엔 돼지 귀에 파가 들어야 제격이다 마늘에 된장에 깍두기가 곁들인다 뚱뚱한 순대 아줌마는 방긋 웃을 뿐 말이 없다. 검붉은 얼굴들이 수시로 나고 들고 때로는 쐬주 한 잔에 고성도 오가지만 그토록 그립던 냄새 텁텁한 사람 냄새. 2008. 3. 8. 신양란 시인 대표작 여우비 / 신양란 어디에다 감쪽같이 숨겨 뒀던 것일까 닷 말 가웃 구슬을 좌르르 쏟아 붓곤 태양은 밑천이 바닥나 머쓱하여 손 턴다 싸락눈, 탄식하다 / 신양란 좋기로야 흐벅진 함박눈만한 게 또 있는가. 천지형황 우주홍황 아아라히 채우고 사뿐히 가지에 내리면 부얼부얼한 꽃송이라. 소나기눈 더욱 .. 2008. 3. 8. 이전 1 ··· 266 267 268 269 270 271 272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