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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해남에서 온 편지/이지엽 해남에서 온 편지/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조깐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무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 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란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 2008. 3. 8.
봄, 유년, 코카콜라 뚜껑/현상언 봄, 유년, 코카콜라 뚜껑 / 현상언  1.   코카콜라 뚜껑이 버려진 잔디밭에    푸르름은 그들의 작업을 봄이라 부르며 땅 깊이 산발한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있었다. 그들의 생명 위로 쓰레기가 버려져도 푸르름은 열심히 땅을 일구고 뿌리 내릴 양분을 채웠다. 돋아나는 새순에 풀벌레 스며들면서 푸르름의 목소리는 한 뼘이나 커졌지만 빌딩숲을 이고 있는 숨가쁜 흙에서는 아늑한 숲의 향내가 새나올 수 없었다. 어느 날 문득 푸르름의 어깨 위로 낯설고 고운 아이의 손길이 내려와 버려진 장난감 같은 코카콜라 뚜껑을, 진달래 꽃잎에 미끄러진 햇빛을 줍고 있었다.    겨울의 빨간 귓불에 피가 돌고 있었다.   2.   끊임없이 표정 바꾸는 자화상을 그리며   봄아, 너는 투명한 손이다 아이처럼   흩어진 햇빛 조각.. 2008. 3. 8.
한잎의 여자2 한잎의 여자2 / 오규원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원 주고 바지를 사입는 여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그 여자를 사랑했네,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라.. 2008. 3. 8.
한 잎의 여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女子, 그 한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女子를 사랑했네. .. 2008.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