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時調205 아버지 아버지 김춘기 숫눈에 잠긴 심야 찻잔 들여다보니 고향집 대문 앞에 아버지 계십니다. 올해도 어깨 높이가 엄지만큼은 낮아지신 병원 다녀오시면 허리 좀 펴실까요? 마당 어귀 회양목은 겨울에도 크는데요. 주말엔 아랫목에서 부은 발 씻겨드릴게요. 주머니 속 손전화로 자식 매일 기다리시며 지난 가을 텃밭에서 들깨 탁탁 터셨죠? 근력이 다된 것 같다하시며, 그믐달처럼 웃으시며. 고향 소식 싣고서 막내에게도 가셔야죠. 아라뱃길 은빛 물결 유람선도 타시구요. 새봄엔 아버지 구순九旬 잔치 대판 벌려야죠. 2011. 12. 22. 늦가을, 묵호 늦가을, 묵호/김춘기 쿨럭 쿨럭 고뿔 든 해변 물소리도 쿨럭 쿨럭 바다뱀 같은 완행열차 해안선을 끌고 가고 산맥은 눈시울 붉히며 연말결산 하고 있네 2011. 9. 17. 백로, 현산중학교 백로, 현산중학교 은빛 눈매 볕살이 교정 곳곳 침 놓는다 창에 기댄 배롱나무 붉은 볏 다 세우고 갈바람 옥상 위에서 수건돌리기 바쁜 한낮 담장 밖에선 공룡이 몸을 곧추 세우고 있다 주공 재개발현장 터를 잡은 타워크레인 나는 야 슈퍼잠자리, 가을 하늘 추장이라며 운동장 그 위에서 .. 2011. 9. 2. 희망연립 들어서다 희망연립 들어서다 김춘기 물방개 소금쟁이 여름 내내 수중발레 남실바람 소매 걷고 물 주름 연신 접으면 하늘이 종종 내려와 미역 감던 버들개천 살구꽃 햇살 불러 마을 환히 밝히면 해종일 전원교향곡 펼치던 다랑이논 한적한 천주교 공소 능소화 웃던 그곳 산허리 깎인 자리 희망연립 들어섰지 새봄부터 두메 분교에 도시아이들이 오고 휴일엔 은빛 경적이 골프장으로 향했지 떠돌이 도둑고양이 목 축이는 작은 둠벙 폐윤활유 빈 통이 간밤에 버려졌나? 질경이 토종 민들레 코 막고 돌아앉았네 무지개 기름띠에 구름 몇 점 떠도는 하오 물땅땅이 장구애비 언제 올까 그려 보던 하굣길 개구쟁이들 물수제비뜨고 가네 2011. 6. 8.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