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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205

삼현, 봄날 삼현, 봄날 김춘기 사월의 혈맥 따라 참침, 시침 꽂힙니다 들녘으로 산모롱이로 온종일 피가 돌아 다랑이 논배미마다 봄이 찰랑입니다 살여울 몸을 풀며 굽이도는 비암천 쉬리 지느러미가 발가락 간질이자 빨래터 버들가지가 몸 재게 흔듭니다 아버지 발걸음 새벽부터 바쁘십니다 마을 아래 수작골 논 소식 궁금하신 겁니다 경운기 소리에 실려 나도 따라갑니다 뒤란엔 팔순 어머니 장을 담그십니다 아내의 맑은 눈빛 질항아리에 잠기고 몸 씻은 붉은 고추는 참숯 곁에 눕습니다 이팝나무 삼형제 꽃 공장 차렸습니다 구름도 꽃이 되어 산 위에 걸린 한낮 삽살개 꼬리 흔들어 비발디 사계 지휘합니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우고리 소재 마을, 남쪽을 빼고 고개 셋이 둘러싸고 있어 세우개(三峴)라고 함 2011. 3. 23.
(사설시조)줄장미, 줄다리기 줄장미, 줄다리기 / 김춘기 1. 현산중학교 울타리에 줄장미가 피고 있다. 붉은 루즈 윤지 입술 앙증맞은 그 자태로 등굣길 친구들 향해 얼굴 모두 내밀고 있다. 찔레꽃은 그 곁에서 덧니로 웃고 있다. 새침데기 가시내에 호기심 가득한 머슴아들 유월의 찔레넝쿨도 줄장미가 되고 싶은 거다.. 2010. 6. 7.
이팝나무, 눈물 펑펑 쏟다 이팝나무, 눈물 펑펑 쏟다 김춘기 비에 씻긴 종다리울음 빨랫줄에 걸려 있네 구름 가끔 오가는 들녘 고요만 모여 하품하고 제비꽃, 애기똥풀꽃 길가에 모여 웃고 있네 아버지 발길 따라 쌀강아지 뛰던 고샅 어머니 산소 위엔 구름 몇 점 오고가고 하오엔 조팝나무가 눈물 펑펑 쏟아내네 은골, 자작골고개 늙은 바위 앉아있네 오동나무 우두커니 마을 입구 지키는 한낮 비암천 물굽이 위엔 산그늘만 쉬었다 가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우고리 소재 두메 마을, 북쪽의 노고산과 함께 삼면이 고개를 둘러싸여 세우개(三峴)라고 함 2010. 5. 25.
주민등록증 주민등록증/김춘기 닳은 플라스틱 조각 눈동자도 긁혀 있다 다 풀린 지문 옆에 주저앉은 글자 몇 줄 그날의 정지된 시간 바코드로 남아있다 비씨카드 후미에서 一字 입술 굳게 담은 빛 바랜 캐리커처 디지털 고층 계단을 숨가쁘게 오르고 있다 2010.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