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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205

주말 특집 뉴스/김춘기 주말 특집 뉴스/김춘기 심야 국도 불빛 향해 기어오르는 개구리울음 약藥 냄새 등에 지고 물돌 건너 늪 쪽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길 없는 피난 행렬 귀가 되어 듣고 있다 선잠 깬 내 온몸은 경적에 밀려가는 숨 막히는 발자국소리 어쩌나 꼬리치레도룡뇽 아장걸음 어쩔거나… 맹꽁이 두꺼비 가족도 서둘러 봇짐을 쌌네 마른번개 우레에 둠벙 혼자 안절부절 집 떠난 북방산개구리 어디에서 무얼 할까 2011. 6. 7.
(사설시조)아야진포구 아야진포구 김춘기 잠에서 깬 바다가 어둠을 헤치고 있다. 부리 말간 갈매기 울음이 물이랑 일구는 새벽. 순항미사일 돌고래 떼가 파도를 일일이 호명하며, 해안선 쪽으로 항진한다. 공룡처럼 억센 물의 허벅지를 주무르는 바다, 근육이 붙은 바다는 너울의 일렁이는 어깨를 일렬로 세우며, 풍랑의 등뼈를 촘촘하게 꿰어 나아간다. 붉은 해가 수평선의 배꼽부터 입김 불어넣으며, 물의 탑 세워나간다. 파도의 날카로운 발톱이 돌섬의 허리를 거칠게 훑자, 어머니 바다가 숨 가쁘게 달려와 그의 신음을 품어 안는다. 허공을 받친 내설악 능선 쪽으로 시선 고정하던 바다, 중위도의 해풍 다 불러 모아 물의 히말라야를 줄줄이 출산해 나간다. 홍조 띈 만조의 물살을 온힘으로 밀어내며, 해역을 확장해 나간다. 하늘 붙들고 내닫는 해류의.. 2011. 5. 12.
(사설시조)웃음 발전소 웃음 발전소/김춘기 옥상 위 접시안테나 봄의 질량 재는 한낮 아이들 샛별 눈빛이 총각선생님 호각소리에 백 미터 결승선을 향한다. 노루구름 발자국 쫓던 휘파람새 노래 아그배나무에 앉아있다. 음악실 합창소리 창문 넘어와 줄장미 교대로 흔들자, 오층 무용실에서 발진한 종이비행기 편대 허공의 어깨 타고 내려와 꼭지 열린 수돗가를 맴돈다. 점심시간 국기봉으로 오르는 여학생들 웃음소리, 옥상에서 일제히 활강하는 바람의 춤사위가 줄을 연속 바꾸며 운동장 위를 날아다닌다. 교정은 웃음 발전소, 하늘도 활짝 웃고 있다. 2011. 5. 12.
꽃샘바람 꽃샘바람 / 김춘기 늦겨울 뒤란 같다 봄의 정수리라지만 하늘은 키 높이를 어깨까지 낮추고 호반새 울음소리도 한 옥타브쯤은 깔린다. 바람은 적막한 집 문고리만 자꾸 흔들어 건넛방 색 바랜 가족사진 한참 들여다보고, 부엌에 들어가 솥뚜껑 죄다 열어보고, 외양간 먼지 쌓인 구유에도 앉아 보고, 된장 말라붙은 뒤란 장독 쓰다듬어보고는, 묵은 보리 가득하던 창고 안 구멍에 들어가 늙은 쥐와 살아온 얘기도 하네. 바람도 어머님 생각에 옛집 찾아 온 것일까. 2011.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