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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205

히말라야에 살고 싶다 히말라야에 살고 싶다 나 죽어 환생하면 히말라야 벼랑 타고 에베레스트에 올라 만년설로 살다가 그 설원 푸르게 녹여 갠지스강으로 흐르고 싶다 티베트평원 씻어 내리는 도도한 강물 되고 싶다 뇌성벽력 다독이며 장엄하게 굽이쳐 흘러 인도양 파도를 넘는 그녀와 수평선 맞잡고 싶다 2008. 3. 5.
별빛으로 받은 편지 별빛으로 받은 편지 그녀가 보낸 편지 나비떼로 날리는 밤 서재 창에 겹겹 붙는 삐뚤빼뚤 손 글씨들 칠석날 직녀성에서 별빛으로 보내셨나요 하늘 유독 푸르던 날 백조가 되어 오르셨죠. 은하수 드맑은 강가 별 낚시질 신납디까 새봄엔 마당 어귀에 수국으로 피어날 당신 2008. 3. 2.
새벽 해변역 새벽 해변역 / 김춘기 허기 실은 완행열차 어둠 실어내는 새벽 물마루 밀며, 밀며 돌고래 떼 몰려오면 온 가슴 열어젖히는 황금빛 해변 역사驛舍 바다보다 푸른 하늘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늙은 어부 시름 모두 거품 되어 부서지는 곳 만선의 깃발 올리며 파도가 되는 늙은 가장 눈 맑은 새벽 별들 갯바위에 옹기종기 언덕 위 겨울잠 깬 집 술잔처럼 모여 앉아 멸치회 막소주 사발에 햇살 부어 마시고 있다 2008. 3. 1.
개나리꽃 개나리꽃/김춘기 늦봄이 배경이던 흑백사진 속 얼굴들 회충약에 곤히 취해 깡보리밥조차 하루쯤은 굶고 똥개가 되어 굴렁쇠 굴리다가 논두렁에 벌렁 누워 횟배를 쥐고 학교 갈 수 없다고 거짓말로 둘러대던 두둥실 허공을 굴리던 노란 눈동자 불알친구들 2008.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