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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알뜨르 동백꽃(육필원고) 알뜨르 동백꽃(김춘기).pdf 알뜨르 동백꽃 제로센 전투기* 소리 귀 쟁쟁한 알뜨르 태평양 칼바람이 오름 코를 베던 그날 모슬포, 어물전 큰딸 가슴에 핀 총탄 자국들 *태평양전쟁에서 활약한 일본 전투기 2019. 10. 21.
바이칼의 별 바이칼의 별 김춘기 신神의 고향 바이칼에서 별밤에 잠긴다. 심야 수평선 너머로 빗금 긋는 한 쌍 유성流星 먼 옛날 이름도 없이 별이 된 쌍둥이 동생들 그곳에선 호적에 이름이나 올렸을까? 하늘로 가신 어머니 당신 자식 만나셨을까? 세상에 발 내딛지 못한 별들 눈물자국 흥건하다. 2019. 9. 13.
안티, 헬 조선(사설시조) 안티, 헬 조선 김춘기 1. 무역선에 몰래 실려 거친 바다 건너왔지. 아가미 옆 파란 반점 블루길, 몸 가운데 검은 줄무늬 배스. 너희들 고향은 메콩강, 아니면 톤레샵호수. 낯선 눈빛, 두툼한 입술로 눈칫밥으로만 살아야 했지. 피부 빛깔 다르다고, 지느러미는 왜 톱날 같으냐는 텃세에 꼬리 마냥 흔들었지. 먹새가 좋아 피라미 참마자 종일 배를 채워도 허기는 끝이 없었지. 온몸 쥐어짜 알 쏟는 네게 연신 작살이 날아왔지. 그래도 여기 터를 잡아야 한다며, 들꽃 향 짙은 산굽이 드맑은 강 유영하고 싶은 물안개 꽃구름 피는 곳, 귀화 꿈꾸는 외래종들. 2. 시베리아 북풍이 왁자한 남동공단 프레스 톱니에 엄지가 잘린 너, 휴일도 반납하고 밤낮 일만 했지. 곱슬머리는 이발소가 필요 없겠다고, 황소개구리 눈이라고 놀.. 2019. 7. 23.
읍내 목욕탕 풍경(사설시조) 읍내 목욕탕 풍경 김춘기 휴일 아침, 읍내 목욕탕엘 간다. 김 자욱한 남탕 안, 머리 벗겨진 중년남자가 사춘기 아들의 싱싱한 등을 민다. 가무잡잡한 코밑수염에 볼살 오른 피부가 우유처럼 하얗다. 바로 그 옆, 근육질 중년남자가 쇄골 드러난 밀랍 같은 노인의 어깨 주무른다. 온몸을 자.. 2019.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