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종택, 아침 밥상머리 종택, 아침 밥상머리 김춘기 옛날 강릉 김씨 종택 아침 밥상머리렷다 대청에서 식구들 죄다 모여 식사하는데유, 새 며느리 순간 거시기가 급했다지유 그래도 궁디 힘 꾹 주면서 시부모님께 ‘요것 드시구요, 조것두 잡수셔유’하면서 맛깔나게 반찬 놓아드렸다지유 그러나 끝내 참을 수 없는 그 방귀, 두 무릎 비비 꼬며 꾀를 낸 며늘아기 잠깐 숭늉 가지러 부엌에 다녀온다는데유 버선발 옮길 때마다 뿡~ 뿡~ 뿡~ 꽃향기 날렸다나요 2020. 9. 18. 아버지 전장 아버지 전장戰場 김춘기 6 . 25 때 아버지는 꽃미남이셨답니다. 영장 받으신 당신, 바로 신분 바뀌셨지요. 마을 사람들 만세소리에 마을 어귀 미루나무 두 그루 종일 먼 산만 바라보았고요. 새색시 울 엄니 정화수에 뜨던 북두칠성 푸른 별들, 눈물 그렁그렁했지요. 모슬포 육군 제1훈련소는 시베리아 왜바람 지옥이었지요. 대동맥 혈류처럼 울컥울컥 흐르던 핏빛 낙동강 언저리 불꽃 빗발치는 야전 산허리, 일등병 이등병 계급 없는 학도병들 목숨은 하늘이 쥐고 있었지요. 은빛 따발총알이 쓩~ 쓩~ 쓩~ 날아오면, 당신 곁 전우들 깡 마른 몸은 돌풍 앞 수수깡처럼 픽↘ 픽↘ 픽↘ 꺾였고요. 빽↗ 빽↗ 빽↗ 마지막 비명은 들풀이 얼른 안았답니다. 2020. 9. 18.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김춘기, 못> 못 김춘기 누구나 가슴 깊이 못 하나쯤 박혀 있지. 나이테가 감길수록 더욱 깊이 박히는 못 떠나간 사람들에게 박은, 못 못 빼준 그, 못. ―《정형시학》2020년 여름호 시 읽기 몸의 상처가 흉터를 남기듯이, 영혼이나 정신의 상처, 즉 심리적 외상은 트라우마의 상태로 잠복된다. 랭보가 말한 바,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와 같이 “누구나/ 가슴 깊이/ 못 하나쯤 박혀 있”을 것이다. 개별 실존자의 내부에는 삶의 애환이나 격정이 남긴 실금 같은 고통의 흔적들이 각인되어 있다. 이때 고통은 생을 침잠시키는 기제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내적 성숙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흉터의 기록을 더듬어 상처의 연원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나이테가 감길수록 더욱 깊이 박히는 못”처럼, 시간적 .. 2020. 9. 2. 마라도 마라도 김춘기 네가, 앞장섰구나. 대양 일출 쇠북소리 큰물로 나아가자는 네 눈동자가 등대란다. 작아도 옹골찬 함성, 힘껏 노를 젓는 막내 그래, 함께 하리라 수평선 열고 발도 맞추리. 오대양 육대주 세상 곳곳 누비자꾸나. 꽹과리 흠씬 두들기자, 양 날개 펴자 대한민국 2020. 8. 21.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