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러시아워(사설시조) 러시아워 김춘기 서울 러시아워가 전철에 실려 간다. 종로3가 1호선 전철, 안내원 목소리만 귓바퀴에 맴도는 철관. 성형된 표정들이 손잡이에 걸린 채, 새벽 숨소리를 포개고 있다, 휴대폰으로 빨려드는 박제된 눈빛. 칸칸마다 촘촘히 등 기댄 침묵들이 무표정의 시선을 자르며, 또 다른 침묵을 재생하고 있다. 종점마트 정육점에 칸칸 걸린 식육 같은 얼굴들, 원색활자 광고판에서 눈길 얼른 거두고는 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연속 빨려들고 있다. 2019. 7. 23. 안경, 내 참 동무(사설시조) 안경, 내 참 동무 김춘기 시간만 나면 집밖으로 날 이끄는 너 어제는 먼지 낀 하늘을 유리창처럼 닦아주더니, 오늘은 내가 쏘다니는 동네골목을 말끔하게 쓸어주고는 이중삼중 잣대로 보이는 세상을 내게 명료하게 정리해주었지. 마음 화창한 날엔 선글라스로 바꿔 썼지. 블루진엔 푸른 .. 2019. 7. 23. 모슬포 매운탕 모슬포 매운탕 김춘기 태평양을 끓인다, 모슬포 포차에서 마파람 부는 저물녘, 썰물에 쓸려 나아가는 몸 지친 가마우지 울음 줄 파도를 넘는다. 갓 잡은 남종바리 냄비에 안쳐 넣고 콩나물 미나리에 쓴웃음 흩뿌리며 빛바랜 뱃고동소리도 함께 저어 끓인다. 테왁 꽃이 활짝 피던 상군 할망 푸른 물밭 얼큰한 청양고추 콧등에 맺힌 땀방울 임시직 큰딸 근심까지 다 넣어 우려낸다. 하루하루란 끝없이 느낌표를 찾는 것 파도 없는 바다를 바다랄 수 있겠는가? 아버지 구십 평생은 물음표의 줄 파도였다. 태평양을 끌린다, 모슬포 포차에서 마ㅍ.름 부는 ㅈ.뭇께 날물에 쓸려나가는 몸 지친 가마우지 울음 줄 물절을 넘는다 ㄱ.ㅅ 심어논 감성돔 냄비에 안쳐 넣고 콩주름 미네기에 쓴웃음도 흩뿌리멍 빗 바렌 뱃방귀소리도 ㅎ.ㄴ디 저성 .. 2019. 2. 4. 집중조명: 김춘기 시론 [집중조명: 김춘기 시론] 어느 날 문들 이런 말이 내 마음에 떠올랐다. 가장 근원적인 복지는 자연이다. 무릇 이 말은 다양한 층위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논란은 그만큼 자연을 겪어 살아내는 방법론의 양상이 다양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복지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외부적인 환경이나 조건도 있지만 이걸 받아들이는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 그리고 정서적인 포용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분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자연과의 조우가 오늘날 어느 정도까지 삶과 어울리는 조화와 결속의 자연스러움으로 행복의 근사치를 얼러낼 수 있는가는 그리 간단한 .. 2018. 12. 16.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