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314 길 길 김춘기 구불구불 경사로 가을 부록 남겨 있다 봄을 품고 왔다가 빈 껍질로 되돌아간 대학로 느티나무길 찬바람만 불고 있다 시간에 실린 택배 기사 신호등이 불을 켠다 상가 한둘 잠든 해름 목청 높인 붉은 경적 정답도 오답도 없는 길, 숨 막히게 달린다 2018. 9. 12. (동시조)엄마의 잔소리 엄마의 잔소리 김춘기 우리 엄마 말씀이다, 껍질은 영양덩어리 사과 배 복숭아도, 대봉감도 참외도 일요일 숙제하다가 그 소릴 또 듣는다. 껍질째 먹는 거 알지? 그래야 얼른 큰다. 아빠 보렴, 사과를 어떻게 드시는지. 엄마 난, 새콤달콤한 속살이 더 좋은데요. 할머니가 군침 도는 과일들.. 2018. 9. 9. (동시조)달걀 꽃의 슬픔 달걀 꽃의 슬픔 김춘기 가온이네 안마당엔 꽃소식 한창이래요.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꽃 백일홍 저마다 예쁜 얼굴로 방긋방긋 웃지만요. 귀화한 망초 꽃은 담 밑에서 울고 있어요. 그 애 별명은 달걀 꽃 얼마나 깜찍한데요. 오늘도 잡풀이라고 꽃밭에서 뽑혔대요. 2018. 9. 7. 슬픈 세레나데 슬픈 세레나데 김춘기 전봇대에 매미들이 단추처럼 붙어있습니다. 한밤에도 목놓아 울어대고 있습니다. 그 울음 소음이라니, 더욱 크게 웁니다. 2018. 8. 5.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