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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도시 속의 시골학교 도시 속의 시골학교 학교 건물의 뒤편 군부대와의 경계인 10m 높이 알루미늄 벽 위로 담쟁이와 수세미 덩굴이 경주하는 덕양중학교. 그곳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나는 재작년 이 학교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그때로 돌아가 본다. 삼월이라지만, 아직은 꽃샘바람이 뺨을 시리게 만드는 아침. 교직생활 29년 만에 교감으로 부임하는 날이다. 5개월째 병원을 오가며 투병 중인 아내의 축하한다는 말, 그리고 첫날인데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며 출근을 한다. 석도형 교장선생님께서는 척추 수술로 입원 중이시기에 내가 한 달 이상 교장업무를 대행해야 한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덕양중학교의 입학식이다. 전교생이 165명인 소담한 학교, 소강당에 모인 학생들의 모습이 들에 핀 꽃처럼 싱싱하였다. 교무실의 선생님들을.. 2009. 9. 19.
도봉산, 주식시장 열다/김춘기 도봉산, 주식시장 열다/김춘기 왁자지껄 배낭들이 바람의 그림자를 쫓아 봉우리 쪽으로 지름길을 낸다. 마루턱부터 개점 중인 도봉산증권, 전철역 계단에 무가지처럼 쌓이는 목소리에 객장이 후끈하다. 시세를 클릭하며 그래프를 끌어 올리는 포대능선, 실시간 강세에 맞춰 테마주의 주춤하던 일봉이 하늘을 찌른다. 우직하게 상한가를 고수하는 만장봉, 텔레비전 애널리스트도 연일 활황의 마개를 딴다. 산초 열매 몇 알로 배를 채운 송추계곡 유리딱새. 부리로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쥐똥나무도 몇 알 차익을 남긴다. 알밤 도토리 날래게 주워 모으는 날다람쥐 깜장 눈알이 코스피 곡선 위에서 구른다. 투우사 망토 빛깔로 가을을 직조하는 산 망월사 곁 입 닫은 적송, 힘껏 된새바람의 가슴팍을 민다. 머지않아 서리가 내리고 골짜기마.. 2009. 9. 14.
가을, 덕양중학교 가을, 덕양중학교 / 김춘기 하늘이 물청소를 마끔히 마친 상오 학교 뒷들 풀벌레 가족 명지바람을 밀어내며, 촉촉한 풀잎 건반을 눌러댄다 참새 눈알 같은 구슬을 꿰는 맥문동 이파리에 이슬 방울 촘촘하다 물 한 바가지에 배를 통통히 불린 조롱박 새끼 물뱀처럼 기어가는 고구마줄기 무.. 2009. 9. 13.
달과 아내 달과 아내 / 김춘기 귀뚜라미소리 가득한 강섶에서 식구들 건강하게 해달라고 손을 모으면 푸른 달빛을 양손 가득 쥐어주던 한가위 보름달 산등성이에 앉아 묵상중이다 아폴로 11호가 반딧불이처럼 붙어 성조기를 펼치던 달 우리 딸 윤지 장미꽃 피는 날짜를 정확히 알려주는 달 벽에 금.. 2009.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