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314

나뭇잎이 팔랑거리는 이유/김춘기 나뭇잎이 팔랑거리는 이유/김춘기 한라산 정수리 쪽으로 비행운이 화살표를 그리는 아침 휘파람새가 바리메오름으로 날아오르는데 찌릿찌릿 무선통신 중인 곤줄박이들이 오월 하늘 빙글빙글 돌리고, 녹나무 군락 수백만 이파리 하나하나가 은실 햇살 받아 초록 물결 일구는 곶자왈 구릉.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근데 고개도 안 돌리고, 연신 팔랑거리기만 하더라구. ‘나 참’하며, 휘파람 휘~ 휘 능선으로 날아올랐지. 쥐똥나무가 피그미족 청년들처럼 모여있길래, 저 아래 초록 물결 지금 뭣들 하는 걸까요? ‘광합성 중’‘그 말은 무슨 뜻?’‘넌 몰라도 돼, 이 새대가리야.’ 쥐똥이 합창으로 비아냥거리데. 휘파람 연발로 발사하고는 분화구 아래 배풍등 덩굴 속에서 휘파람도 뚝 ‘목욕탕 아르키메데스’가 된 거야. 그게 뭘까, 뭘까.. 2023. 6. 25.
아들에게/김춘기 아들에게/김춘기 네가 벌써 자라나 지아비가 되는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 그 말, 너도 알고 있지. 개성은 다르다는 것, 인정하며 사는 거다. 목련 같은 네 아내 이기려 들지 말거라. 이익 보며 살겠다면, 그건 비즈니스겠지 내가 좀 손해 본다는 맘 그게 사랑이란다. 배우자의 본뜻을 오늘 내가 알려주마. 부부가 상대를 배우자(配偶者)라 칭하지만 사랑탑 백 년 쌓으며 –서로 배우자- 그 말이지. 2023. 5. 8.
형상기억합금/김춘기 형상기억합금/김춘기  거울 속 내 이마는 할아버지 닮았다등의 굵은 점 두 개할머니와 판박이탕에서 아들 등 보니, 그 복점이 보인다 아내는 딸내미가 꼭 내 성격이란다신년 계획 작심삼일고집 불통까지도그래도 오똑한 코에 마음 따순 딸이다 2023. 2. 27.
우수, 덕수리/김춘기 우수, 덕수리/김춘기 한라산 기슭 눈도 빈혈증에 헬쓱하고 숫염소처럼 들이받던 꽃샘마저 무릎 꺾는다 이장집 산수유 눈망울 물오르는 종아리 동백꽃잎 남실남실 우표처럼 깔린 고샅 봄바람에 실려 오는 산방산 유채꽃 향기 텃새들 부리, 부리마다 봄 한 톨씩 물고 있다 202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