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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홍수주위보 / 정석준 홍수주위보 / 정석준 낮술에 취한 물살이 탁류로 흘러간다 강물이 범람하는 건 여름밤의 욕정이라는데 장마 끝 부푼 절정이 수위를 또 올린다 水門이 쏟아내는 뉴스와 일기예보 수위의 등락을 다룬 조간이 흥건하고 강물은 취기가 남아 아직도 비틀거린다 해마다 강이 되고 섬이 되는 자궁이여 물 젖.. 2008. 7. 24.
시월 / 박기섭 시월 / 박기섭 바람은 넘실넘실 벼논을 먹어간다 이랑이랑 일렁이며 윗배미서 아랫배미로 한 입씩 베어물었다 되뱉느니, 저 금빛! 햇볕은 또 햇볕대로 태금이라도 하려는 듯 종일을 들명나명 체질하는 시늉이다 감흙을 받아낸 봇물도 한결 누긋해지고 하늘에 갈아놓은 새털구름도 그렇지만 이제 더는.. 2008. 7. 24.
새터시장/이숙경 새터시장 / 이숙경 하루치 삶을 펴서 전대에 두른 새벽 손마디 굵은 아낙네 셈은 더디어도 칼질에 뱃가죽 얇아진 도마는 신명이 난다 잠이 덜 깬 우럭과 광어 살점이 썰리고 자지러진 장어가 창백하게 드러누워 주이소 사투리에 질려 긴 기억을 잊는다 파도가 환청처럼 들려오면 등을 세워 지느러미 .. 2008. 7. 24.
가을밤 랩소디/배인숙 가을밤 랩소디/배인숙 담쟁이 이엉 두르고 보금자리 틀었는가 가까이 다가가면 물러서는 저 귀뚜리 귀뚜르 귀뚜르르르 밤이랑을 걷는다 지난 철 부푼 꿈 꾸며 높아가는 낟가리들 별빛도 여무는 시간, 또옥 똑 단물 들고 빈 곳간 한껏 채워줄 그런 계절 아니던가 찬바람 무시로 불어 갈잎마저 거둬가면.. 2008.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