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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꿈꾸는 반도 / 박기섭 꿈꾸는 반도 / 박기섭 1 그냥 산이어선 안 돼, 그냥 그런 산이어선 스스로 골짜기를 팬, 그런 속살의 아픔을 아는, 그 온갖 푸나무 자라고 새 떼 깃드는 그런 산. 마을과 마을을 감싸고 남북 천리를 달리는, 엔간한 철조망이나 까짓 지뢰밭쯤은 가볍게 발등으로 차버리고 휘달리는 그런 산. 2 그냥 물이어.. 2008. 9. 5.
부레옥잠이 핀다/손영희 부레옥잠이 핀다/손영희 1 . 그 여자, 한 번도 수태하지 못한 여자 한 번도 가슴을 내놓은 적 없는 여자 탕에서, 돌아앉아 오래 음부만 씻는 여자 어디로 난 길을 더듬어 왔을까 등을 밀면 남루한 길 하나 밀려온다 복지원 마당을 서성이는 뼈와 가죽뿐인 시간들 2 . 부레옥잠이 꽃대를 밀어 올리는 아침 .. 2008. 8. 30.
책 읽는 소녀상/서정택 책 읽는 소녀상/서정택 철조망 울타리 너머 고추 꽃이 하얗다 우물에서 건졌는지 아삭 씹히는 달빛 억새풀 밭둑에 앉아 칼을 벼리고 있다 구릉 넘는 마차 타고 읍내로 간 영미 박 넌출 꼬리 뻗고 폐교에 온 고양이가 생채 맛 달빛 한 권을 포크로 찍고 있다 2008. 8. 30.
저기 저 달 속에/박명숙 저기 저 달 속에/박명숙 마을에 보름달이 막사발만하게 떠오르면 인중 길고 눈두덩 꺼진 냇가의 고목들은 흉흉한 전설 속으로 날숨을 내뿜는다. 길 잃은 계수나무 초가삼간 떠돌고 달무리 숨죽이며 물굽이 치는 여름 밤 바람도 대숲 가득히 어둠을 기어오른다. 한 종지 밀기름으로 푸른 심지 꿈틀대는.. 2008.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