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묶음/문태준 묶음/문태준 꽃잎이 지는 열흘 동안을 묶었다 꼭대기에 앉았다 가는 새의 우는 시간을 묶었다 쪽창으로 들어와 따사로운 빛의 남쪽을 묶었다 골짜기의 귀에 두어마디 소곤거리는 봄비를 묶었다 난과 그 옆에 난 새 촉의 시간을 함께 묶었다 나의 어지러운 꿈결은 누가 묶나 미나리처럼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어 묶을 한단 2022. 10. 19. 행복/이대흠 행복/이대흠 삶은 빨래 너는데 치아 고른 당신의 미소같은 햇살 오셨다 감잎처럼 순한 귀를 가진 당신 생각에 내 마음에 연둣물이 들었다 대숲과 솔숲은 막 빚은 공기를 듬뿍 주시고 찻잎 같은 새소리를 덤으로 주셨다 찻물이 붕어 눈알처럼 씌룽씌룽 끓고 당신이 가져다준 황차도 익었다 2022. 10. 19. 걸레의 마음/정호승 걸레의 마음/정호승 내가 입다 버린 티셔츠를 어머니는 버리기 아깝다고 다시 주워 걸레로 쓰신다 나는 걸레가 되어 집 안 청소를 하고 변기도 닦고 침대 모서리 먼지도 닦아낸다 어떤 날은 베란다에 떨어진 새똥도 닦아낸다 그렇게 걸레가 되고 나서부터는 누가 나더러 걸레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청소할 때마다 나를 걸레로 만드신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나는 다 해진 걸레로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평생 나를 위해 사셨던 어머니의 걸레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 2022. 10. 19. 낙엽송/신달자 낙엽송/신달자 가지끝에 서서 떨어졌지만 저것들은 나무의 내장들이다 어머니의 손끝을 거쳐 어머니의 가슴을 훑어 간 딸들의 저 인생 좀 봐 어머니가 푹푹 끓이던 속 터진 내장들이다 2022. 10. 19.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