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주소/박소란 주소/박소란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2022. 10. 19. 명태/박은영 명태/박은영 삼천포항 남해식당 메뉴는 생태찌개 한 가지다 늙은 여주인은 오늘 팔 한 궤짝의 생선을 육두문자로 손질한다 도마가 움푹 파이도록 칼질을 해도 비린내 나는 바닥 벗어날 길 없다며 어두운 지느러미를 내리친다 해로를 잃은 배 한 척, 삼천포 앞바다에 남자를 내어주고 그녀는 오살할 명태를 도마에 올렸다 긁어낸 내장과 대가리를 그러모으는 밤이면 삼천포대교를 건너지 못 한 날들이 뚝배기에서 진한 국물로 끓어올랐다 살점을 발라낸 초승달이 눈시울에서 오래 따끔거렸다 끼니때가 되자 넘실거리는 식당 안, 창난젓 명란젓 서리젓 사이 곰삭은 욕을 밥술에 얹어먹는 간간한 하루, 싱거운 농담들은 삼천포로 빠지고 닻을 올린 손님상마다 뱉어낸 토막 뼈가 수북하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생이다 칼바람 부는 남해식당 앞.. 2022. 10. 19. 노인 보호 구역/이희명 노인 보호 구역/이희명 미군부대 뒷길 눈 감아도 보이는 크고 붉은 글씨 '노인보호구역' 낙엽이 그 길을 걷고 있다 몸 반쪽에는 이미 겨울이 와 버린 가랑잎 같은 한 목숨이 흘림체로 걷고 있다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흔들어 물속 길을 찾듯 뻣뻣한 팔로 허공에 노를 저으며 물풀 같은 그림자 따라 걷는다 체본 없이 완성한 그의 글씨체 벼루도 먹도 없어 맨몸으로 길바닥에 쓸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이력서 깊게 팬 이랑마다 수북이 쌓인 낙엽 걸음걸음 굽은 그림자 유서 같은 긴 편지를 쓰면서 간다 *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당선작 2022. 10. 19. 엄마/김종삼 엄마/김종삼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거랑 입을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2022. 10. 19.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