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정희성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정희성 주일날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갔다가 미사 끝나고 신부님한테 인사를 하니 신부님이 먼저 알고, 예까지 젓 사러 왔냐고 우리 성당 자매님들 젓 좀 팔아주라고 우리가 기뻐 대답하기를, 그러마고 어느 자매님 젓이 제일 맛있냐고 신부님이 뒤통수를 긁으며 글쎄 내가 자매님들 젓을 다 먹어봤겠느냐고 우리가 공연히 얼굴을 붉히며 그도 그렇겠노라고 2022. 1. 30. 식욕/박찬현 식욕/박찬현 살육으로 채워진 맹수의 울음은 자연을 움츠리게 하고 벌레들로 채워진 새들의 울음은 자연의 심신을 맑게 하며 五慾으로 채워진 인간의 입은 변화무쌍하여 자연이 때론 귀를 막지만 이슬로만 채워진 풀잎 위의 달팽이는 그저 고요하다 2022. 1. 23. 노량진 고등어/노수옥 노량진 고등어/노수옥 노량진으로 등 푸른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우월한 DNA를 가진 고등동물 그들이 배워야 할 필수과목은 높은 파도를 넘어 바다를 완주하고 사나운 물고기를 피해 살아남는 법을 이수해야 한다는 것 가슴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거려도 원뿔형 머리로 책 속을 헤집고 균형을 잡으려고 부레에 공기를 빵빵하게 불어넣었다 재수, 삼수, 사수 치열한 경쟁 속을 헤엄치던 비늘 없는 몸뚱이에 가시가 돋았다 상처 입은 한 무리 고등어 떼가 물살이 거친 노량진해협을 빠져나갔다 수평선을 넘지 못한 고등어들 다시 완주를 시작하려고 출발선에 서 있지만 결승점은 까마득하다 남아있는 고등어들 소금으로 간한 컵밥이 무리였는지 허기를 이기지 못한 부레에 서서히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비상식량으로 저장한 DHA.. 2022. 1. 23. 취업공고판 앞에서/박영근 취업공고판 앞에서/박영근 除隊를 하고, 세월도 믿음도 무심히 멱살을 잡고 흔들던 스물다섯 계급장을 떼고도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바람 불면 허수아비 제 가슴을 치는 가을 저녁답, 어머니 또 우시고 높은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아올랐다 잘 다려진 작업복을 끌고 어쩌다 계집아이들이 크래카를 씹으며 지나갔다 가로수 가지마다 매달려 떨고 있는 하나, 둘 눈물방울 같은 잎새들 이른 아침 누이의 세수대야엔 붉은 피가 자꾸만 번졌다 발 밑에서 으깨지는 비명소리, 나뭇잎들 들판이나 한 번 둘러보고 가거라 갯벌이나 한 번 또 한 번 돌부리에 넘어져 어머니 검정치맛자락에 피가 흘렀다 여전히 굴뚝에서는 연기가 솟아올랐다 출신도 전북 본적지 서해중학교졸업 고향도 두고 사랑마저 등진 신세가 핸드카를 밀면서 울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2022. 1. 18. 이전 1 ··· 39 40 41 42 43 44 45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