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변사체로 발견되다/박해석 변사체로 발견되다/박해석 네 옷은 네 마지막 밤을 덮어주지 않았다 구름 속에서 달이 몇 번 갸우뚱거리며 네 얼굴을 비추고 지나갔다 고양이가 네 허리를 타고 넘어가다 미끄러지며 낮게 비명을 질렀다 가까운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쉬지 않고 뚜뚜뚜 신호음 소리가 들렸다 환경미화원의 긴 빗자루는 웬 마대자루가 이리 딱따하냐고 툭툭 두들겨대었다 동대문야구장 공중전화 부스 옆 쓰레기 더미 속 파리 떼와 쥐들에게 얼굴과 손의 살점 뜯어 먹히며 보름 동안 그는 그들과 함께 살았다 죽었다 2022. 1. 9. 고요의 남쪽/강현국 고요의 남쪽/강현국 떡갈나무 그늘을 빠져나온 길은 황토 산비탈로 자지러진다 차돌처럼 희고 단단한 고요 오직 고요의 남쪽만 방석만큼 비어 있다 온몸에 고추장을 뒤집어쓴 어떤 애잔함이, 출렁 섬진강 옆구리를 스치는 듯도 하였다 2022. 1. 9. 이수익 시인 詩 읽기 그리움에 기립(起立)하다 / 이수익 내 몸의 일부는 당신의 것이다/ 당신과 함께 나눈 음식,/ 내 영혼의 일부는 당신의 것이다/ 당신과 함께 나눈 대화,// 당신은 달처럼/ 나도 달처럼// 멀리 떨어져서 더욱 환히 보이는/ 생각,/ 푸른 추억의 빵 하얀 스푼// 사랑이 주고 간 對話 / 이수익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능금나무 아래서/ 터질듯한 풍선을 만지고 있다// 햇빛은/ 신문지의 행간을 교묘히 빠져나오는/ 냄새처럼/ 잎사귀의 저 멀리서 스미어 오데.// 성숙한 두 사람의 볼은/ 잘 빚은 능금주,/ 제왕의 잔을 찰찰 넘치는/ 요염으로 발그레져 있데.// 서로 말하지 않는/ 두 사람의 시선이/ 한 사람의 약속 위에 머물 때/ 배암의 요설은/ 분과 연지를 찍고/ 한 사람이 손이 그만,/ 공중에 풍선을 놓.. 2022. 1. 6. 가파도·3 /권재효 가파도·3 /권재효 -청보리의 들녘 저 바람을 담아갈까 보다. 청보리 들녘에서 천방지축 뛰노는 바람 소맷자락에도 담고 바짓가랭에도 담고 오월, 가파도의 바람 속엔 오할 쯤의 청보리 내음과 삼할 쯤의 그리움과 또 이할 쯤의 갯내음이 섞여 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 돌담에 갇혀 멸떼처럼 팔딱거리는 바람 뭍에서 구경 온 이들 탄성을 지른다. 청보리 물결 하얗게 부서지면 옷을 적시며 깔깔거리는 사람들 보리깜부기로 검게 칠한 내 유년의 얼굴이 싱긋 웃고 있다. 2022. 1. 6. 이전 1 ··· 41 42 43 44 45 46 47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