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깨끗한 슬픔/유재영 깨끗한 슬픔 / 유재영 눈물도 아름다우면 눈물꽃이 되는가 깨끗한 슬픔 되어 다할 수만 있다면 오오랜 그대 별자리 가랑비로 젖고 싶다 새가 울고 바람 불고 꽃이 지는 일까지 그대 모습 다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가 깨끗한 슬픔 하나로 그대 긴 손 잡고 싶다 2008. 5. 28. 가재미/문태준 가재미 /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2008. 5. 28. 신혼(新婚)/장철문 신혼(新婚) / 장철문 아내의 몸에 대한 신비가 사라지면서 그 몸의 내력이 오히려 애틋하다 그녀의 뒤척임과 치마 스적임과 그릇 부시는 소리가 먼 생을 스치는 것 같다 얼굴과 가슴과 허벅지께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오래 전에 내 가슴께를 스적인 것이 만져진다 그녀의 도두룩하게 파인 속살 주름에.. 2008. 5. 28. 폭포/오정국 폭포 / 오정국 낭떠러지를 헛디딘 게 아니다 장구나 북 장단은 저만큼 물러서는 게 좋겠다 폭포는 그렇게 한번 울고 싶었기에 배창자 끌어당겨 소리 한번 내는 것이다 동편제니 서편제니 따질 수 없겠다 꽹과리나 날나리는 봇짐을 싸는 게 옳겠다 폭포는 그렇게 주왕산 주산지의 왕버들을 닮았다 왕버.. 2008. 5. 28. 이전 1 ··· 226 227 228 229 230 231 232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