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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무말랭이/안도현 무말랭이 / 안도현 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내 입에 넣어 씹어먹기 좋을 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 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片片) 뿌리고 있다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 2008. 5. 28.
물외냉국/안도현 물외냉국 / 안도현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금방 펌프질한 물을 양동이 속에 퍼부어주면 물외는 좋아서 저희끼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 2008. 5. 28.
계란 프라이/마경덕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으로 멍든 자리를 문지른다. 분명 녀석의 .. 2008. 5. 28.
굴비/오탁번 굴비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 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 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2008.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