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머나먼 옛집/정병근 머나먼 옛집 / 정병근 땡볕 속을 천 리쯤 걸어가면 돋보기 초점 같은 마당이 나오고 그 마당을 백 년쯤 걸어가야 당도하는 집 붉은 부적이 문설주에 붙어 있는 집 남자들이 우물가에서 낫을 벼리고 여자들이 불을 때고 밥을 짓는 동안 살구나무 밑 평상엔 햇빛의 송사리 떼 뒷간 똥통 속으로 감꽃이 툭.. 2008. 5. 19. 목련꽃을 보면 양변기가 생각 난다/김봉식 목련꽃을 보면 양변기가 생각 난다 / 김봉식 목련나무들이 자위를 했다 돌돌 뭉쳐진 크리넥스 티슈가 발에 밟힌다. 발정난 저 놈들, 밤새도록 방문 걸어 놓고 가려운 제 성기를 벅벅 긁었나 보다 달큰한 향내가 아파트 단지에 그득하다 성기가 몸보다 먼저 자라는 것들은 사춘기의 격렬한 속성을 가지.. 2008. 5. 19. 풍장/황동규 풍장(風葬)1 /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 2008. 5. 17. 대설주의보/최승호 大雪注意報 /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던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쪼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2008. 5. 17. 이전 1 ··· 230 231 232 233 234 235 236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