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時調205 서문시장 얼큰 칼제비 서문시장 얼큰 칼제비 김춘기 속 출출한 날이면 서문시장엘 간다. 갈봄 여름 중에도 이왕이면 한여름에 할매집 얼큰 칼제비, 잠든 입맛 깨우려 눈물 콧물 흥건하다, 자리마다 후루룩 깔끔 얌전떠는 건 여기에선 유별난 일 오늘 또 대프리카* 진땀, 한 사발 쏟으러 간다. *‘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로 대구가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뜻 2020. 6. 29. 세탁기 세탁기/김춘기 지하 달방 화장실 곁 중고 늙은 세탁기 자정 지나 쿨럭쿨럭 목이 잠겨 돌더니 오늘은 엔진소리도 일시 숨을 끊었다 어둠 한켠 그 속에서 혼자 우는 것일까? 봄날, 뺨 푸른 햇살 밤새 기다리는 걸까? 진폐증 가슴 결리는 난곡동 외톨이 박씨 2020. 4. 28. 못 못 김춘기 누구나 가슴 깊이 못 하나쯤 박혀있지. 나이테가 감길수록 더욱 깊이 박히는 못 떠나 간 사람들에게 박은, 못 못 빼준 그, 못 2020. 2. 10. 서울 크레바스 서울 크레바스/김춘기 전깃줄 서로 엉킨 남대문로 뒷켠 담배 연기 흐느끼며 거미줄을 감고 있다 빗금 간 바람벽 틈새로 힐튼호텔 보이는 곳 수두처럼 번지는 통증 겹친 협곡엔 아이젠조차 없는 경사 급한 빙벽뿐 고시원 쪽방 골목은 자본주의 크레바스… 2019. 12. 16.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