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밭/時調205 모슬포 매운탕 모슬포 매운탕 김춘기 태평양을 끓인다, 모슬포 포차에서 마파람 부는 저물녘, 썰물에 쓸려 나아가는 몸 지친 가마우지 울음 줄 파도를 넘는다. 갓 잡은 남종바리 냄비에 안쳐 넣고 콩나물 미나리에 쓴웃음 흩뿌리며 빛바랜 뱃고동소리도 함께 저어 끓인다. 테왁 꽃이 활짝 피던 상군 할망 푸른 물밭 얼큰한 청양고추 콧등에 맺힌 땀방울 임시직 큰딸 근심까지 다 넣어 우려낸다. 하루하루란 끝없이 느낌표를 찾는 것 파도 없는 바다를 바다랄 수 있겠는가? 아버지 구십 평생은 물음표의 줄 파도였다. 태평양을 끌린다, 모슬포 포차에서 마ㅍ.름 부는 ㅈ.뭇께 날물에 쓸려나가는 몸 지친 가마우지 울음 줄 물절을 넘는다 ㄱ.ㅅ 심어논 감성돔 냄비에 안쳐 넣고 콩주름 미네기에 쓴웃음도 흩뿌리멍 빗 바렌 뱃방귀소리도 ㅎ.ㄴ디 저성 .. 2019. 2. 4. 집중조명: 김춘기 시론 [집중조명: 김춘기 시론] 어느 날 문들 이런 말이 내 마음에 떠올랐다. 가장 근원적인 복지는 자연이다. 무릇 이 말은 다양한 층위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논란은 그만큼 자연을 겪어 살아내는 방법론의 양상이 다양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복지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외부적인 환경이나 조건도 있지만 이걸 받아들이는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 그리고 정서적인 포용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분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자연과의 조우가 오늘날 어느 정도까지 삶과 어울리는 조화와 결속의 자연스러움으로 행복의 근사치를 얼러낼 수 있는가는 그리 간단한 .. 2018. 12. 16. 당신, 참 당신, 참 김춘기 하늘로 출근한다, 돌팔이 점성술사 마누라 잔소리쯤은 클래식으로 듣는 털보 영감. 세상 사람들 앞날은 자신만이 지킬 수 있다는 신념에 하루라도 별을 못 보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는 자칭 유명 점성술사. 오늘 밤 개기월식이라며, 저녁밥은 드는 둥 마는 둥 뒷산 천문대로 향했겠다. 비포장 굽은 길 낡은 운동화를 끌지만, 눈 감고도 오르는 언덕. 개울 건너 밀밭 둑에선 뛰기까지 한다. 근데, 한낮 소낙비가 언덕에 흙구덩이 미끄럼틀을 만들었지 뭐야. 하필 그 덫에 걸려 오른 발목을 접질린 점성술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월광욕이나 할 수밖에. 다행히 속정만은 누구보다 깊은 아내, 밤참으로 삶은 달걀에 따끈한 커피를 들고 오다가 그 광경을 눈에 넣었겠다. 두 눈을 보름달처럼 확대.. 2018. 12. 10. 길 길 김춘기 구불구불 경사로 가을 부록 남겨 있다 봄을 품고 왔다가 빈 껍질로 되돌아간 대학로 느티나무길 찬바람만 불고 있다 시간에 실린 택배 기사 신호등이 불을 켠다 상가 한둘 잠든 해름 목청 높인 붉은 경적 정답도 오답도 없는 길, 숨 막히게 달린다 2018. 9. 12.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5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