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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時調205

강아지풀 강아지풀 김춘기 사람마다 반갑다고 배꼽인사 하는 아침 건설현장 말코 최씨 굴삭기 들이민다. 여보쇼! 여긴 우리 땅, 누굴 생매장하려능교? 2016. 10. 8.
엉또폭포 엉또폭포 김춘기 한라산이 웃음 울음 여기에 다 쏟아 붓네요. 태풍 바비* 몸짓 쫒아 포효하는 엉또폭포**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실험 중이십니다요.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Chava), 제주 경남에 막대한 피해를 줌.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꽃의 한 종류임. **서귀포시 강정동 해발 200m에 위치한 폭포. 한라산에 70㎜ 이상 강수를 보일 때, 장엄한 폭포수가 형성됨. 2016. 10. 6.
참새의 질문 참새의 질문 김춘기 새벽부터 면도하고 머리 손질합니다 참새들이 ‘웬일?’ 하며 빨랫줄에서 지저귑니다 시집간 외딸 예린이 친정에 오는 날입니다 2016. 9. 27.
(사설시조)영천사, 한낮 영천사, 한낮/김춘기 산사 천수경소리에 접시꽃이 붉게 핀다. 마당귀에서 햇살 쪼던 참새들이 대웅전 앞 계단을 깨금발로 오르고 있다. 장수말벌 들락거리는 단청 아래, 선잠 깬 물고기가 뎅그렁 뎅그렁 정오를 알린다. 아침부터 명부전 곁 밤나무, 쌀국수 연신 뽑아낸다. 명지바람이 밤꽃 향을 날라 대접에 수북이 담는다. 목탁소리 고봉 한 사발, 여울물소리 두 보시기, 놋 양푼 찰랑이는 풍경소리… 물오리나무가 절 마당 다녀간 뒤, 여우비는 발자국을 살짝 남기고 간다. 흰 보자기 몇 장 꺼내든 하늘이 산마루에 내려앉는다. 신갈나무 겨드랑이에 터 잡은 까막딱따구리 딱딱 목탁 치는 사이, 밤꽃 접시꽃이 여기저기 또 피어난다. 하짓날 전생의 부부들이 상봉하는 중이다. 2016.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