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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밭314

못5/김춘기 못5/김춘기 희망 하나 걸려고 바람벽에 못 박는다 조준한 장도리가 정수리에 닿을 찰나 녀석은 번개가 되어 고개를 홱 젖힌다 다시 세운 그 못에 손바람 이는 순간 비수처럼 몸을 날려 하수구로 숨는다 중학생 외동 딸내미 가출했다, 여우잠 틈에 2021. 10. 1.
입원/김춘기 입원/김춘기 현주소가 바다였다 평생 집시, 섬이었다 태평양 물의 평원을 밤별처럼 누비던 삼십 년 된 컨테이너 무역선, 베링해에서 뜨거운 심장 사철 펄떡이며 바다의 코를 낚던 명태잡이 주낙어선, 남중국해를 늑대처럼 어슬렁거리며 레이더가 눈이었던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미사일이 노리는 걸프만을 낮은 포복 자세로 드나들던 유조선, 북극해의 냉동 복부를 강철 이마로 쩍쩍 가르던 쇄빙선, 대서양 적도해역을 어기차게 역주행하며 파도를 토해내던 공룡 벌크선이 현대미포조선에서 배를 다 열고 나사, 볼트가 새 것으로 교체되어 반짝반짝 조여지고 있다 수술실 침대 위에서 중고품 내 몸이 수리되고 있다 2021. 8. 31.
자벌레/김춘기 자벌레/김춘기 제주 푸른 올레길 오체투지로 걷는다 내가 자벌레라면 평생 가야 할 순례길 생가生家가 *시흥초등학교이면 **종달바당은 정토淨土겠지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 제주올레의 출발점 **종달리 바다.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 제주올레의 도착점 2021. 7. 24.
바람나라2/김춘기 바람나라2/김춘기 제주도 바람은 오름에 기대어 산다. 비양도 꽃바람, 사라오름 영등바람, 사려니숲길 삼다수바람, 엉또폭포 회오리바람, 한라산 남벽 재넘이바람, 알뜨르비행장 몽생이바람. 서로 만나 손뼉 치며 얼씨구 절씨구 말춤도 추며, 삼다도 궁굴리는데. 아내 두 손 모은 바람은 뭐시 있을까? 뭐시 있을까? 우리 피붙이들 건강바람, 해녀할망 무탈바람, 친정부모님 백년해로바람, 취준생 큰아들 공무원합격바람, 시집간 딸내미 이혼않기바람, 벽창호 신랑 예수영접바람. 그러면 육지 쪽엔 무슨 바람이 또 분다냐? 그렇지 코로나 미친바람, 비트코인 몰빵바람, 강남아파트 영끌바람, 케이팝 비티에스 다이나마이트바람, 거기에다 코리아 G10선진국 진입바람까지 태풍이 왕눈을 달고 북상한다는데 뭔 바람이 그리도 많다냐. 2021. 7. 8.